파이어족의 상당수가 이른 은퇴보다 재정적 자립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소비에서 벗어나 중요한 것에 몰입하는 가치전환이 핵심입니다. 즉 돈에 얽매이지 않고,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저금리, 주식 호황기에 더불어 가상자산(코인)과 부동산 등으로 자산을 크게 불린 탓에 조기은퇴를 실행하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럼, 아직까지 경제적인 독립을 못한 우리들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이 물음에서부터 '언제까지 직장인' 연재 시리즈를 오늘 17일부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의 K-파이어족은 어떤 모습 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지난해 3월 NH투자증권은 MZ세대인 만 25~39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MZ세대는 평균 55세에 은퇴하길 바라며, MZ세대 중 조기은퇴를 꿈꾸는 K-파이어족은 이 보다 빠른 51세에 은퇴하는 게 희망사항이었습니다. 이는 조기은퇴를 꿈꾸지 않는 응답자의 희망 은퇴연령 62세보다 11년 더 빠른 것입니다. 반면 미국 파이어족 보다는 은퇴를 약 10년 더 늦은 시점으로 잡고 있었습니다.
K-파이어족의 희망 은퇴연령 응답 분포를 보면 50세(35%), 55세(17%) 순으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50~55세를 은퇴 희망연령으로 손꼽았습니다.
↑ [사진 = NH투자증권] |
일반 직장인에겐 큰 금액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럼, K-파이어족이 생각하는 목표 은퇴자산 13억 7000만원은 무리한 목표는 아닌지, 은퇴 후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값인지 점검해 볼까요.
파이어족은 연 생활비의 25배를 모으면 '자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자굴벗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른바 '25의 법칙'입니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생활비로 4000만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10억원을 모으면 되는 셈입니다. 이 돈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해 연평균 5~6% 수익(세전)이 꾸준히 발생한다는 가정하에 매년 4% 정도만 생활비로 사용하면 물가 상승률과 시장 하락에 대비할 수 있다는 단순계산이 나옵니다.
'25의 법칙'에 따라 K-파이어족의 목표 은퇴자산 13억 7000만원을 역산하면 연 생활비로 5480만원(월 457만원)을 쓸 수 있습니다. 이는 국민연금공단에서 발표한 적정노후생활비 월 268만원(부부기준, 2019년)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 [사진 = NH투자증권] |
목표 은퇴자산을 하루라도 빨리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이거나 '소득'을 늘리거나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리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지출과 소득에 어떻게 비중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제한된 소비만 하는 '검소한 파이어(Lean FIRE)',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은퇴를 준비하는 '풍족한 파이어(Fat FIRE)', 부수입으로 은퇴를 준하는 '사이드 파이어(Side FIRE)', 은퇴 후에도 은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것을 염두에 두는 '바리스타 파이어(Barista FIRE)'로 구분 짓기도 합니다.
K-파이어족은 풍족한 파이어(43%)와 사이드 파이어(42%)가 대부분을 차지 했는데, 지출을 통제하기 보다 소득을 늘리는 투자 방법을 더 선호했습니다.
전체적인 투자방법은 같은 연령대인 MZ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주식, 펀드와 같은 투자형 상품에는 상대적으로 더 많이 투자하고, 저축과 같은 안정형 상품에는 더 적게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K-파이어족은 같은 연령대인 MZ세대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전통적 투자방법 이 외에도 가상자산(코인·19.3%), 달러(15.8%), 금(12.1%) 등 다양한 대체자산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K-파이어족은 적극적인 투자자인 만큼, 주식투자 시 기대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들의 주식투자 시 기대수익률(세전)은 연평균 16.5%으로, 같은 연령대인 MZ세대(15.7%), 조기은퇴를 꿈꾸지 않는다는 응답자(14.8%)의 주식투자 시 기대수익률 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높은 기대수익률은 그만큼 높은 위험을 동반함을 주의해야 합니다. 성급하게 높은 기대수익을 추구하기 보다 본인의 투자성향과 재무목표 수준에 맞는 적정 수익을 꾸준히 추구하는 재테크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금융지식이 부족한 초보 파이어족이라면 섣부른 투자보다 다양한 투자경험을 통해 투자 실력을 쌓아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평균 51세에 조기은퇴를 꿈꾸며, 목표 은퇴자산은 평균 13억 7000만원입니다. 은퇴자산 달성을 위해 소득의 52%를 저축 및 투자하며 주된 투자 방법인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연 16.5% 수준입니다.
현재 30세라고 가정, 조기은퇴까지 약 20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있습니다. 20년간 소득의 50%를 꾸준히 납입해 13억 7000만원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수익률(세전)은 연 8% 수준입니다. 즉, 30세라면 K-파이어족의 주식투자 기대수익률 연 16.5% 보다 낮은 연 8% 수익률로도 조기은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20대라면 조기은퇴 가능성은 더 높아집니다. 은퇴 준비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동일한 가정하에 투자 부담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51세까지 남아있는 은퇴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동일한 조건에서 투자 부담이 높아져 은퇴 계획을 재검토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50대 초반 또는 그보다 일찍 직장을 그만두고 돈 걱정없이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살만큼 은퇴준비를 마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평범한 직장인에겐 꿈같은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파이어의 진정한 의미는 조기은퇴 후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경제적 자유를 얻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조기은퇴를 향한 첫 단추는 은퇴 후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분명히 알아야 그렇게 살기 위해 필요한 목표 은퇴자산을 설정할 수 있고, 목표 은퇴자산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도 세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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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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