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란 비상장 기업이 상장하면서 청약 과정을 통해 주식을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 투자자들이 직접 공모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배정받을 수 있는 수량이 워낙 제한적이다 보니 공모주 펀드에 투자함으로써 더 나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가령 자산운용사는 공모주 펀드를 조성하고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게 되는데 이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개별적으로 공모주에 투자하는 것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공모주 펀드는 30% 이하로 공모주를 담고 나머지는 국채나 우량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일반 공모주 펀드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이보다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자산의 45% 이상을 신용도 BBB+ 등급 이하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고 총 공모 물량의 5%를 우선 배정받는 하이일드 펀드도 있다. 예컨대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가가 30만원으로 결정됐는데 이 경우 공모 금액은 12조75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5%인 6375억원의 공모주가 하이일드 펀드에 우선 배당되는 것이다. 또 다른 공모 펀드인 코스닥벤처 펀드는 코스닥 상장 주식의 30%를 우선 배정받는다.
공모주 펀드는 안전자산 투자를 바탕으로 공모주를 통해 추가 수익률을 노리는 구조다. 투자 자산에 따라 채권 혼합형과 주식 혼합형으로도 나뉘는데 채권 혼합형은 대부분 펀드 자산을 채권에 투자한다. 공모주 비중은 전체 자산의 10~30%다. 반면 주식 혼합형은 공모주 청약이 없는 평상시에는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나 예금 등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가 청약이 이뤄질 경우 자산의 90%까지 청약을 할 수 있는 펀드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공모주 펀드에 가입해야 상장 후 주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일까. 이달 27일 증시에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26일까지는 일반 공모주(IPO)·하이일드·코스닥벤처 펀드 등에 가입해야 상장 이후 주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최일구 에셋원자산운용 부사장은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는 27일 아침 펀드에 가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펀드 기준가는 그날 LG솔루션 종가를 반영해 책정되기 때문에 늦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경우 단기 차익만을 노린 자금이 펀드에 대거 유입될 수 있다. 공모주 펀드 중 환매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펀드의 경우 매매차익을 노려 자금이 단기에 대거 유입되고 빠져나가는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들은 기존 가입자들을 보호하고 안정적으로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상장 직후까지 자금을 추가로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를 소프트 클로징이라고 부른다.
일례로 자산운용사 중 공모 형태의 공모주 펀드 운용 규모가 가장 큰 에셋원자산운용은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펀드 등 일부 환매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공모주 펀드에 대해 지난 7일부터 일시적 판매 제한에 나섰다. 에셋원자산운용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는 27일 펀드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
2020년 11월 정부에서 발표한 기업공개 공모주 일반 청약자 참여 기회 확대 방안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 상장사 공모주는 우리사주조합에 20%, 일반투자자 25%, 하이일드 펀드 5%, 기관투자자 50%를 배정하도록 돼 있다. 하이일드 펀드 배정 물량은 전체 5% 수준이지만 하이일드 펀드에만 물량이 배정된다. 반면 기관투자자 물량 50%는 공모주 펀드, 코스닥벤처 펀드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투자자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 때문에 코스피 상장 시 펀드 기준으로 하이일드 펀드에 배정되는 물량이 가장 많다.
코스닥 상장 종목은 공모주의 30%를 코스닥벤처 펀드에 우선 배정한다. 하이일드 펀드 배정 물량은 역시 5%다. 코스닥 상장 주식은 코스닥벤처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배정 물량이 많아 유리하다. 지난해 상장 현황을 보면 코스피 14개사, 코스닥 75개사 등 총 89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다. 전체 84%가 코스닥 상장사였다. 최 부사장은 "상장 종목 대다수가 코스닥 종목인 만큼 전체적인 상장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코스닥벤처 펀드가 기본적으로 유리하다"며 "반면 조 단위 딜이 많은 경우에는 하이일드 펀드에 가입해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모주 펀드는 개인이 직접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해 증권사 계좌 개설, 증거금 준비 등을 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중복 청약이 금지되면서 공모주 펀드를 통해 공모주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공모주 투자를 하기에는 원하는 수량 배정을 받기 힘든 구조"라면서 "이 때문에 개별 주식보다는 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에 배정된 물량을 운용사가 얼마나 보유하는지는 해당 운용사가 의무보유확약 기간을 얼마로 신청했는지에 따라 각각 다르다. 여기에는 운용사 고유의 운용전략이 반영된다. 의무보유확약 기간을 길게 잡으면 배정 물량도 이에 비례해 늘어난다.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최대주주 LG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81.84%는 상장일로부터 6개월간 의무보유해야 하는 유통제한 물량이다. 우리사주조합(3.63%)의 지분 역시 1년간 매도가 제한돼 있다. 또한 기관 입찰 물량의 77%가 의무보유확약을 신청함에 따라 유통가능 물량은 10% 미만에 그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코스닥벤처 펀드는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 해당 펀드를 3년 이상 유지할 경우 3000만원 한도로 투자금액의 10%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카카오엔터, SSG닷컴 등 대어급 종목의 상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 IPO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난해 공모금액은 약 20조원을 기록했다. IPO 공모금액 기준 역대 연간 최고치다.
대형 종목이 잇달아 상장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공모주 펀드에도 최근 자금이 몰리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국내 공모주 펀드 145개에 일주일 새 3035억원이 순유입됐다. 순자산 규모는 8조원을 넘어선 8조13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공모주 펀드에서 95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1년간 설정액이 가장 많이 모인 펀드는 KTB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펀드로 총 3490억원이 유입됐다. 지난 17일 기준 지난 일주일 새 자금이 많이 모인 펀드는 에셋원공모주하이일드펀드로 약 410억원이 들어왔다. KTB공모주하이일드(398억원), 에셋원비트플러스공모주펀드(328억원), 코레이트하이일드공모주플러스펀드(199억원) 순으로 자금이 몰렸다.
수익률 상위권 공모주 펀드에는
[김정범 기자 / 신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