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부진하며 52주 신저가 종목이 속출하자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을 저가에 매수하는 '보텀피싱(bottom fishing)' 투자법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악재가 불거진 일부 종목의 경우 국내 기관투자자가 매도하는 것과 달리 외국인의 경우 매수하는 경우가 있어 저점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저점 매수가 공매도한 주식을 되사는 숏커버링(short covering) 물량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섣불리 외국인의 수급만 보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의 매수 물량이 공매도 숏커버링일 것으로 추정되는 종목은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잔고금액(잔액)이 가장 많은 셀트리온이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공매도 잔액 확인이 가능한 최근 일자인 이달 17일 기준으로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액은 7295억원이다.
셀트리온 주가는 최근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며 이달에 17% 가량 급락하며 16만원대를 기록중이다. 이처럼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도 외국인은 이달에 17일까지 994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2009억원을 순매도했다.
주목할 점은 공매도 잔고금액이다. 셀트리온 공매도 잔액은 1년 전인 지난해 1월18일 기준 2조569억원이다. 6개월 전인 지난해 7월19일 1조1374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2021년12월30일) 92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1월17일 7295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1905억원 가량 줄었다. 공매도 주체가 모두 외국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공매도의 70% 가량을 차지하며 사실상 공매도의 주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순매수 중 상당부분이 공매도 숏커버링일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직전 공매도가 가능했던 2017년6월부터 2020년3월까지 유가증권시장 전체 공매도 물량의 65%, 코스닥시장의 73%를 외국인이 진행했다.
지난해초 30만원을 웃돌고 지난해말 20만원 전후를 유지했던 셀트리온 주가는 현재 16만원대까지 빠져있다. 즉 현 주가보다 높았던 시점에 공매도한 물량을 주가가 급락하자 숏커버링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런 사례는 지난해 월간 기준으로 하락폭이 가장 컸던 10월에도 확인된다. 당시 한달간 23% 급락했던 셀트리온을 기관이 2289억원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21억원과 1935억원을 순매수했다. 10월 한달간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액은 2420억원 가량 줄었다. 즉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외국인의 한달간 순매수세였다는 점은 당시에 공매도한 물량을 되사서 갚는 숏커버링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추정케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가능한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이 급락시 기관은 파는데 외국인만 산다면 공매도와의 상관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의 매수가 공매도
지난해 10월 당시 개인 투자자가 외국인의 매매동향을 보고 따라서 사서 현재까지 보유중이라면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셀트리온 개인 투자자가 평균 매수단가는 18만7600원으로 현 주가보다 13% 가량 높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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