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 M ◆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최대 12조원의 몸값을 제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카카오페이의 일반 투자자 청약 전략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반 청약 물량의 100%를 균등 방식으로 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민 메신저와 다름없는 '카카오톡'의 인지도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2일 카카오페이는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와 관련된 세부 사항을 밝혔다. 총 공모 주식 수는 1700만주이며 공모가 범위는 주당 6만3000~9만6000원이다. 공모 규모는 최대 1조6320억원,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최대 12조5152억원이다. 가격이 상단으로 책정되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30위권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넷마블, 에쓰오일 등과 덩치가 비슷해지는 것이다. 삼성증권과 골드만삭스, JP모건이 대표 주관사로 참여했다. 공동 주관사는 대신증권 한 곳이다. 기관투자자와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된 물량 비중은 각각 55~75%, 25~30%다. 우리사주조합 비율은 20%다. 카카오페이는 결제 및 금융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원래 카카오의 한 사업부였으나 2017년 4월 분사하며 독립된 회사가 됐다. 누적 가입자는 3600만명이며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67조원이었다. 올해 1분기까지 거래액은 22조8000억원 정도다. 최대주주는 지분 55%를 보유한 카카오이며 중국 앤트그룹 계열의 '알리페이 싱가포르 홀딩스'도 45%의 지분을 들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몸값 산정 방식으로 '성장률 조정 기업가치 대비 매출액(EV/Sales)' 비교법을 택했다. 미국 페이팔과 스퀘어, 브라질 파그세구루 등 해외 금융 플랫폼 기업 3곳을 비교 기업으로 선정했다.
눈에 띄는 점은 카카오페이의 일반 청약 방식이다. 카카오페이는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초로 일반 청약 물량의 100%를 균등 배정으로 진행한다.
청약증거금을 많이 넣는 투자자가 유리하지 않게 된 것이다. 기존까지 발행 기업들은 일반 청약에 나서며 균등·비례 물량을 각각 절반씩 할애해 왔다. 쉽게 말해 카카오페이가 국민주 전략을 택한 것이다. 고액 자산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비례 배정 방식을 배제하고, '누구에게나 이로운 금융'이라는 기업 철학에 맞춰 청약증거금만 있으면 동등하게 공모주를 받을 수 있게 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카카오페이의 이 같은 전략을 이례적인 이벤트로 해석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성장 방식이 다른 발행 기업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기반해 운신의 폭을 넓혀 왔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시장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고객군은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전 국민이라 봐도 무방하다"며 "대중적인 인지도가 대단히 높은 만큼 균등 배정 형태로 많은 참여를 독려하는 게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금융 장벽을 낮추자는 취지에서 일반 물량을 모두 균등 배정하기로 했다. 청약증거금 100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공모주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일반 청약 물량은 425만~510만주로 예정돼 있다. 산술적으로 510만명 이상이 청약에 참여하면 한 주도 못 받는 투자자
한편 카카오페이 일반 청약에선 중복 청약이 금지된다. 삼성증권과 대신증권 두 곳 중 한 곳에서만 청약할 수 있다. 수요예측은 오는 29~30일 진행되며 일반 청약은 다음달 4~5일 실시된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