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인 투기 광풍 ◆
↑ 17일 서울 중구의 한 거리 벽면에 코인 공부방 홍보물이 붙어 있다. 코인 공부방은 대개 투자자들에게 특정 거래소에 상장된 특정 코인에 대한 투자를 권한다. [한주형 기자] |
16일(현지시간) 오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의 비트코인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트위터를 올린 뒤 비트코인이 10% 이상 급락했다. 가상화폐를 분석하는 트위터 계정 '크립토웨일'은 이날 트위터에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비트코인 보유분을 처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책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정말이다(indeed)"라는 댓글을 달았다.
시장이 이 트윗을 테슬라가 나머지 비트코인 보유분을 팔았거나 팔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가상화폐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머스크 트윗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10% 넘게 빠지며 개당 4만2000달러 선에 거래됐다. 지난 4월 6만3000달러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30%가량 떨어졌고 3개월래 최저 수준이다.
대장 격인 비트코인 매도세가 이어지자 가상화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하며 이날 시가총액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과 도지코인의 가격도 12%, 8%씩 하락했다. 머스크가 또다시 트윗 하나로 가상화폐에 찬물을 끼얹자 그를 향한 비난이 터져나왔다. "사기꾼" "위선자" 같은 날이 선 표현을 포함해 "당신을 혁신가로 생각했지만 그저 자아병증 환자에 불과하다" 같은 실망 섞인 반응도 있었다.
비난 여론이 일파만파 커지자 머스크는 이날 밤 또 트윗에서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트윗이 나온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폭을 소폭 만회하며 4만4000달러대에 거래됐다.
해당 유튜브에 등장한 유튜버들은 1000만원만 있어도 5개월 만에 1억원을 만들어 준다고 홍보한 바 있다. 해당 유튜버는 30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계좌 잔액을 보여주며 "여러분 인생에서 유일한 기회일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이 외 '3개월 만에 무려 1억4천?' '클릭 한번으로 28년 일할 돈 벌어버린 나만의 비밀'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단 유튜브 영상들이 즐비했다. 이 거래소 가입자 약 10만명 중 확인된 피해자만 1000여 명에 이르고 피해금액은 1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된다.
문제는 미국의 머스크나 한국의 유튜버들 사례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코인 시세조작 시도가 발생해도 관련자를 처벌할 금융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양국의 자본시장법에 가상화폐 관련 시세조종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주식시장을 규율하는 증권거래소법이 가상화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증권거래소법 섹션 9(a)(2) 조항은 일련의 거래를 통해 특정 '증권'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려는 목적으로 타인을 끌어들여 매매를 유도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증권에만 적용된다. 도드프랭크 월스트리트개혁 및 소비자 보호법이 금융 소비자에 대한 보호를 광범위하게 담고 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규제와 관련해 김범준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 자본시장법은 시세조종 행위를 위장 거래에 의한 시세조종 등으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지만 가상화폐 거래 관련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일반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4월 6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법은 제176조를 통해 '시세조종행위 등'을 금지하고 위반 시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규정했지만 이는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 거래에만 적용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소비자보호 센터장은 별도의 법안을 마련해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가상자산업 관련 법안에 시행령 등을 둬 시세조종에 관한 시장 감시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면서 "특히 내부자 거래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가상화폐 소비자 보호에 대한 움직임은 국회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
[윤원섭 기자 / 김인오 기자 / 진영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