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와의 전쟁터' 미국 게임스톱 주가가 폭락한 날 뉴욕 증시와 한국 증시가 다시 상승세를 달렸다. 지난주 미국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게임스톱 공매도에서 대거 철수하는 사태가 일어나면서 투자 불안감이 커지자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매가 일어난 결과 코스피 3000선이 붕괴된 바 있다. 그간 월가에서는 게임스톱 이슈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중소형주 주가 떠받치기 열풍은 고점 매도 심리를 감안할 때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3일 한국 증시에서 코스피는 1.06% 오른 3129.68에 거래를 마감하며 3100선을 회복했다. 기관투자가가 5823억원을 순매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각각 4279억원과 1238억원을 순매수한 결과다. 외국인은 사흘 연속 순매수세를 보이며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특별한 상승 요인이 없음에도 코스피가 3100선을 회복한 것은 외국인 자금이 흘러든 영향이지만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순매수 행렬은 뉴욕 증시에서 불거졌던 게임스톱 이슈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 같다는 시장 반응이 나오면서 변동성 우려가 빠르게 줄어든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게임스톱 주가는 전날보다 60% 폭락해 1주당 9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지만 '공포지수'로 통하는 VIX변동성 지수는 15.48% 떨어졌다. 이날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미국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번은 CNBC 인터뷰에서 "게임스톱 주가 떠받치기로 누군가는 돈을 크게 벌거나 잃었겠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들이 다시는 이런 식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월가 대형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고객 메모에서 "게임스톱발 변동성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며,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기존 예상대로 4300까지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스톱 주식이 전날 30.77% 떨어진 데 이어 1일까지 이틀 연속 급락세를 보이자 레딧 토론방 '공매도와의 전쟁'을 이끌었던 인기 미국 유튜버 키스 질(34)은 자신의 게임스톱 평가금액이 하루 새 1300만달러(약 145억원)가량 줄어들었지만 해당 종목 주식과 콜옵션을 계속 보유 중이라는 메시지를 올려 개인투자자들 불안감 잠재우기에 나섰다. 같은 날 '월가 저승사자'로 불리는 미국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 상원의원도 로빈후드(주식거래 중개수수료 무료 앱)를 향해 게임스톱 등 일부 주식 거래 제한 조치를 한 배경을 해명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2일 기준 게임스톱 시세는 마감 가격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지난달 27일(347.51달러) 대비 89% 급락한 수준이다. 지난주 미국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에서 공매도와의 전운이 달라올랐고, 이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게임스톱 주식 집중 매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뉴욕 증시가 안정되는 듯한 이날 분위기와 달리 게임스톱 투자자들은 불안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게임스톱뿐 아니라 레딧의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와의 확전'을 선언하며 집중 매수했던 AMC엔터테인먼트(2일 -41.20%)를 비롯해 캐나다 보안솔루션 업체 블랙베리(-21.05%), 배드베스앤드비욘드(-16.13%), 뉴욕상업거래소의 은 3월물(-10.30%)이 줄
게임스톱 주가 떠받치기에 가세했던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손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게임스톱 매수 금액은 총 7억6700만달러인데, 80% 이상인 6억3600만달러가 이달 1~2일(매수일 기준 27~28일) 결제됐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