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신협 조합원, 강남구서 대출 받는다

내년부터 다른 동네 신용협동조합(신협)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욱 쉬워진다. 예를 들어 기존에 충남 공주지역 신협을 이용하던 사람이 대전·세종·충남지역 신협 어디서든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협 대출 구역이 넓어지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서민금융기관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용협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 시행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대출 구역 확대다. 지금까지 신협은 전국을 226개 시·군·구로 나눠 대출을 실시했다. 예를 들어 서울 강서구에 사는 조합원은 강서구에 있는 신협에서 대출을 받았다. 신협이 영업 구역 외 다른 지역에서도 대출할 수는 있지만 전체 대출액의 3분의 1로 제한돼 있었다. 강서구 조합원이 강남구로 이사를 가면 비조합원으로 간주돼 기존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 같은 한계로 신협 수신액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대출은 늘리기가 어려웠다. 신협의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은 2017년 75.1%에서 지난해 71.9%로 떨어졌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신협 대출 구역이 전국 10개 권역 단위로 나뉜다. 권역은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세종·충남 △광주·전남 △충북 △전북 △강원 △제주로 구분된다. 조합원은 각 지역 단위에 속한 신협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신협이 다른 권역에 대출을 내주는 건 전체 대출의 3분의 1로 제한된다.
대출 구역이 넓어지는 대신 신협은 대출심사와 사후관리 규제 등을 받는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협은 대출을 실행할 때 차주의 신용 리스크를 평가하고 대출 목적·규모·기간 등을 심사해야 한다. 대출 목적 외 사용을 막고 차주 신용 상태를 점검할 의무도 생긴다. 영업 구역 확대는 신협의 숙원사업이었다. 당초 신협은 가입 기준인 공동유대를 시·군·구에서 전국 10개 구역으로 넓히려 했다. 조합원을 시·군·구 단위로 모집해 수신을 받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역 기반 서민금융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금융당국 반대로 무산돼 대출 구역만 넓히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신협 관계자는 "다른 업권과 신협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며 "대출자가 많아지면 신협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협 대출 구역이 넓어지면서 지방 서민금융기관 간 경쟁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 구역이 대부분 겹치는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은 긴장하는 모양새다. 저축은행은 전국을 6개, 새마을금고는 9개로 각각 나눠 영업한다. 자치구나 시 단위에서만 영업하던 신협이 대출지역을 넓히면서 새롭게 경쟁자가 되는 셈이다. 주요 사업 분야도 겹친다.
[이새하 기자 / 한상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