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열린 `기업 부문 취약성:진단과 과제`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윤 원장은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최한 '기업 부문 취약성: 진단과 과제' 심포지엄 축사에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된 현시점은 효과적인 기업구조조정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코로나19가 일단락되면서 금융 지원이 종료될 때 잠재 부실이 일시에 현재화하는 절벽효과에 대비해야 한다"며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은 꼭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윤 원장은 "먼저 구조조정 주체인 기업이 구조조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탈피하고 조기 구조조정을 통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채권은행은 기업 선별 기능을 강화해 선제적 구조조정의 기반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 발언은 한마디로 코로나19 위기에 채권단이 적극 나서는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금융·구조조정 전문가들은 윤 원장 주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위기를 넘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선제적 구조조정을 논의하기보다는 기업을 살려 버티게 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손 원장은 "코로나19가 물러난다는 가정하에 1년 후에나 부실기업 퇴출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전 세계 정부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기업을 살리기 위한 지원책을 쏟아붓고 있는데,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구조조정보다는 위기에 빠진 기업을 먼저 살리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에게 신규 자금을 공급하고 기존 대출 만기를 연장해줬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을 일단은 살리고 보겠다는 결정이었다. 신용보증기금은 올해 5월부터 이달까지 프라이머리 CBO(P-CBO)로 영화관과 쇼핑몰, 해운사, 항공사 등에 3조5000억원을 지원했다. 국가 차원의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기업 살리기가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정부 안팎의 의견이다. 최근 KDB산업은행 주도로 추진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 구조조정이 강조된다면 이 같은 채권단 조치는 불가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합병되지 않는다면 국유화 혹은 파산밖에 답이 없다"며 "파산하게 되면 우리나라 항공산업이 크게 위축되기에 우선 살리는 게 필요했다"고 말했다.
지금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경제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특임교수는 "구조조정은 시장을 살리면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큰 그림 안에서 해야 한다"면서 "지금 경제가 어려운데 무작정 부실기업을 정리하겠다는 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구조조정도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
한편 금감원은 윤 원장이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원론적인 차원에서 기업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윤원섭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