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가지 않고도 기존 연체금을 신규 대출을 통해 갚고, 연립·빌라 등 다세대주택의 담보가치를 제공해주는 핀테크 업체들이 은행과 연계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금융위원회는 지정대리인 심사위원회를 열고 핀테크기업 피노텍과 빅밸류를 지정대리인으로 지정했다고 4일 밝혔다.
지정대리인 제도는 핀테크 기업이 개발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금융회사와 함께 시범운영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기관의 업무는 법적으로 제3자에게 위탁이 불가능하지만 이 제도를 통하면 위탁이 가능해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피노텍은 신용 연체자가 신규 대출을 통해 기존 연체금을 분할상환하는 대환대출을 온라인을 통해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기존에는 연체자가 대환대출을 하기 위해서는 은행에 직접 내방해 서류를 제출하는 등 절차가 복잡했다. 하지만 피노텍을 이용하면 대환대출 업무의 비대면화·자동화를 통해 연체자의 편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피노텍은 이번 지정대리인 제도를 통해 제주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으로부터 업무를 위탁받게 됐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빌라 등 비정형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산정해주는 핀테크 업체 빅밸류도 이번 지정대리인 제도에 지정됐다. 빅밸류는 페퍼저축은행으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빌라 등을 대상으로 시세와 담보 가치를 산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지정대리인 제도에 지정된 핀테크 업체는 체결일로부터 최장 2년까지 금융회사와 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5월 제도가 시행된 이후 총 6차례에 걸쳐 33건의 지정대리인이 지정됐고, 총 14건의 업무위수탁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6월에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지정대리인으로 지정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비금융거래 정보를 분석한 뒤 개인과 소상공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서비스를 미래에셋캐피탈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9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제7차 지정대리인 신청을 접수받은 뒤 내년 3월 중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심사를 위해 마련된 심사위원회가 핀테크 업체의 서비스 혁신성, 소비자 편익, 업무위탁 불가피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김유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