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사 산하의 은행들이 사모펀드 수탁서비스를 사실상 국내 주식과 레포(레버리지 채권 투자 전략)형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이 행정지도 형식으로 수탁서비스 회사들의 사모펀드 운용사 감독 및 보고 의무를 요구하자 부담이 커진 수탁은행이 아예 업무 중단을 선택한 것이다. 국내 주식과 국채 및 회사채처럼 단순한 자산들은 수탁서비스 부담이 없지만 부동산, 대체자산, 해외 자산처럼 정형화되지 않는 비전통자산에 대해선 펀드 신규 설정이 막힌 것이다.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주식조차도 실물이 아닌 주식예탁증서(DR)를 인수하는 것이라 리스크가 있다고 수탁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사례가 있었다.
국내 굴지의 공모운용사조차도 부동산 펀드를 최근 설정하려 했는데 해외 부동산 자산을 담은 사모펀드라는 이유로 수탁서비스 회사를 찾지 못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심지어 판매사도 정하고 고객들에게 얼마를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놓은 펀드가 수탁회사들을 못 구해 결국 돈을 그대로 돌려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247조는 자산운용사의 운용이 법령, 약관에 어긋나는 경우 신탁사(수탁은행)가 이를 확인해 자산운용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감독당국에 보고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사모펀드에 한해서는 특례 조항으로 이를 면제해주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사모펀드의 부실 자산 투자가 문제가 되자 올 초 금융당국은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수탁회사 의무를 규정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다 올 6월 옵티머스펀드가 당초 펀드제안서 내용과 달리 부실 사모사채에만 투자한 것으로 나타나자 개정안이 발의되기 전 행정지도 형식으로 수탁은행들에 펀드 관리 감독 의무를 요구했다.
부담을 느낀 수탁회사들은 아예 수탁서비스를 거절하거나 기존보다 훨씬 높은 수수료율을 내걸고 있다. 최근 한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부동산 펀드를 만들면서 기존에 계속 이용하던 수탁은행에 문의를 하니 평소 6bp였던 수탁 수수료를 60bp로 올려달라는 답을 받기도 했다.
수탁서비스가 막히면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기관 대상의 펀드마저도 설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판매가 막힌 상황에서 전문사모운용사는 대부분 기관 자금 운용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러나 수탁은행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기관 고객들 요청이 있어도 펀드를 만들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기관들 수요에 펀드를 맞추려고 해도 수탁은행을 구하기가 어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부문대표는 "수탁은행이 리스크 부담 때문에 신규 수탁을 거부하면서 사모펀드 업계가 마비된 상황"이라며 "운용사와 수탁은행이 모두 저마다의 입장이 있는 만큼 같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