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씨티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사진)을 행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유 행장 직무대행은 다음달 1일부터 차기 행장이 선임될 때까지 은행장 직무를 맡게 된다. 차기 행장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를 추천한 후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선임된다. 구체적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 추천도 있을 수 있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유 행장 직무대행이 가장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된다"고 말했다. 유 행장 직무대행은 올 상반기에만 보수 8억8000만원을 수령해 씨티은행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남성들 영역으로 인식되는 기업금융(IB)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았으며 국내외 네트워크와 영업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진회 행장도 기업금융본부장 출신이다.
유 행장 직무대행이 행장 자리에 오르면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에 이어 2번째 여성 행장이 된다.
유 행장 직무대행은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영대학원(MBA)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씨티은행에 입사해 대기업리스크부장, 다국적기업금융본부장 등 내부 승진을 거쳐 부행장 자리에 올랐다.
2014년 JP모건 서울지점 기업금융총괄책임자로 이직했다 이듬해 박진회 행장 취임 후 첫 임원 인사 때 수석부행장으로 씨티은행에 복귀했다.
씨티은행은 임원 13명 가운데 5명이 여성으로 국내 은행권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지난 6월 말 신동금 인사본부 총괄 부행장이 사임하기 전까지는 여성 임원 비율이 50%(13명 중 6명)에 육박했다.
이번에 물러나는 박진회 행장은 2014년 씨티은행 2대 행장으로 취임해 3연임까지 점쳐졌지만 지난 14일 직원들에게 사내 이메일을 보내 퇴임 의사를 밝혔다.
은행업계에서는 상반기 부진한 실적이 박 행장 퇴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흘러나온다. 씨티은행은
상반기 순이익은 9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6.9% 줄었다. 다만 씨티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에 반영된 본점 매각 이익 등을 제외하면 2분기 당기순익은 전년 대비 0.7% 감소하는 데 그친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