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찾는 투자자 발길 뚝…자투리 펀드 난립

연일 이어지는 개인투자자 군단의 사자 행진에 따른 증시 호황이 펀드 등 간접투자 시장으로는 좀처럼 옮겨가지 않고 있다. 최근 증시가 급등하는 동안 오히려 펀드에서는 돈이 빠지면서 설정액 50억원 미만 자투리 펀드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공모펀드 중 이른바 '자투리 펀드'는 총 150개로 집계됐다. 전체 공모펀드 2019개 가운데 7.43%다. 자투리 펀드는 출시 1년 이후에도 설정액이 50억원을 밑도는 소규모 펀드를 말한다.
자투리 펀드 개수와 비중은 증시가 상승하는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6월 초부터 이달 초까지 두 달 동안 자투리 펀드는 25개 늘어났고, 전체 펀드 중 자투리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13%포인트 증가했다. 코스피가 10% 넘게 오르는 동안 공모펀드 전반에서는 자금 유출이 이어진 결과다. 개인투자자들이 이 기간 증시에서 직접 순매수한 주식 규모가 9조원을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직접투자로의 이동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과거와 달리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를 통해 손쉽게 주식 매매가 가능해진 데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투자 정보가 많아지면서 타인에게 돈을 맡기기보다 직접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을 증권가에서는 내놓고 있다. 사모펀드 영역의 잇단 환매중단 사태로 펀드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점도 직접투자로 눈을 돌리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펀드 환매가 증가하면서 늘어난 자투리 펀드는 업계에 달갑지 않은 존재다.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 가운데 자투리 펀드 비중이 5%를 넘어서면 신규 펀드 등록이 막히는 등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이 규모가 큰 펀드에 운용 역량을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자투리 펀드 투자자들이 소외되기 쉽다는 점에서 마련된 조치다. 자투리 펀드는 운용사 입장에서도 사업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그러나 청산이 쉽지 않아 자산운용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소규모 펀드라고 해도 가입자가 수백 명에 이르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청산이 쉽지 않다"며 "펀드를 청산하면 그 시점에서 수익을 확정 짓는 것이기 때문에 손실을 보고 있는 펀드의 경우 투자자들이 청산을 반기지 않는다는 점도 고민거리"라고 전했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