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의 판이 바뀐다 ② ◆
지갑이 모바일 속으로 들어가면서 개인의 모든 금융정보가 차곡차곡 쌓여 데이터가 '돈'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금융회사와 기업은 질 좋은 고객 데이터를 얻기 위해 더 나은 '디지털 지갑(페이)'을 개발하고, 금융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좇아 현금을 멀리하고 있다. 특히 10월에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데이터가 쌓이기 어려운 현금 결제는 더욱 빠르게 사라질 전망이다.
정보기술(IT)과 유통 업체들이 너도나도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를 내놓는 이유로는 '데이터'의 힘을 들 수 있다. 고객 결제 데이터가 쌓이면 고객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맞춤형 마케팅을 정교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데이터를 사고파는 데이터거래소도 출범했다. 지난해 말 출범한 민간 데이터거래소인 KDX한국데이터거래소는 7월 말까지 누적 거래 건수가 3678건, 거래 규모는 5억원을 넘는다. 지난 5월 시작한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서도 현재까지 369건 상당 유·무료 데이터가 거래됐다.
특히 지난 5일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마이데이터란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통합 조회·관리하는 제도다. 금융사는 물론 기업 등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에서 본인의 모든 금융회사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마이데이터는 고객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보험사에 대중교통 이용 행태와 자동차 운전 습관 등 정보를 제공하면 보험사는 자동차 보험료를 낮춰줄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고객의 이동 동선을 실시간으로 받아 금리 인하 등 금융 혜택을 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전국을 9개 권역(서울·경기·인천, 강원도 등)으로 나누고 고객이 인증한 권역 수에 따라 0.1%포인트에서 2.5%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차등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와 금융정보 간 '연결'은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가 이용자 후기를 모으는 플랫폼 '네이버 마이플레이스' 서비스는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카드 결제 내역 정보와 연결할 수 있다. 현재 영수증을 인증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 없이 결제 내역을 손쉽게 연동해 생생한 후기를 남길 수 있다. 정보가 쌓이면 맛집 목록이 만들어지고, 가게 사장들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네이
개인 신용도를 실시간 관리해주는 업체도 등장할 전망이다. 고객 금융 상황에 맞는 적정 금리를 산출해 고객을 대신해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