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에 전산 사고는 '회색 코뿔소'다.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로 많은 사람이 예상하고 있지만 간과해버리는 위험 요인을 뜻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은행 거래가 폭증하면서 전산 장애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KB국민은행과 이 은행 주전산을 맡고 있는 IBM의 인연이 올해로 10년이 됐다. 2018년 말 연장 계약을 맺었으니 양사의 동맹 체제는 15년까지 늘어난다. 신한·하나·우리은행 등 대부분 시중은행이 더 저렴한 유닉스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은행의 'IBM 사랑'은 눈에 띈다. 국민은행이 유독 IBM을 고수하는 이유는 일단 보안과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은행 전산은 두뇌 역할을 하는 운영체제(OS)에서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IBM 제품을 쓴다. 이와 달리 유닉스 시스템은 메인 프레임 외에 다른 전산 부품을 보다 저렴한 업체 제품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은행 전산 20년 경력의 금융권 관계자는 "어떤 전산이 낫다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IBM이 비싼 대신 보안과 안정성이 뛰어나고, 유닉스가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아픈 과거가 있다. 이 은행도 2014년 3000억원을 들여 유닉스로 교체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당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유닉스로 교체하기 원했고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기존 IBM을 지지하면서 금융그룹이 양분되는 'KB 사태'가 벌어졌다. 이 같은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이 분출됐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금융지주 지배구조는 지주 회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만 지주 수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장도 또 다른 권력의 축이었다. 이후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