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원유전쟁이 촉발된 지난 3월 이후 두 달간 국내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을 554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 ETF와 비슷하면서 다른 ETN
ETN은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채권이다. 예컨대 WTI 원유선물 ETN은 WTI선물지수에 연동되는 채권으로 원유선물값이 오르면 ETN 가치도 올라 시세차익을 내고 매도하는 식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진 상장지수펀드(ETF)와 특정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걸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상품이다. 먼저 운용주체가 다르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설정하고 운용한다. ETN은 증권회사가 발행하고 운용한다.
운용방식도 다르다. ETF는 지수수익률을 따라가기 위해 자산운용사가 펀드에 주식, 채권, 선물 등 자산을 실제로 편입한다. 이에 따른 운용수익이 투자자의 수익으로 돌아가는 구조인 한편 ETN은 발행 증권사가 지수를 추종하기 위해 재량적으로 자산을 운용한다. 따라서 ETN은 ETF보다 자율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 레버리지 ETN은 등락폭 2배
증시에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보니 ETN 자체의 가치(적정가격)와 증시에서의 유통가격 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차이를 괴리율이라고 한다. 원유선물값 상승으로 ETN 가치가 올라가더라도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아 거래가 뜸하면 적정가격과 유통가격 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경우 증권사는 자체 보유한 물량으로 수급을 조절해 괴리율을 낮춘다. 유통가격이 너무 높을 땐 보유물량을 시장에 팔고, 반대의 경우엔 시장서 물량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통가격을 조절한다.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은 원유선물가격 일별 움직임의 두 배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유가가 오를 경우 상승폭의 두 배가 수익으로 돌아온다. 떨어질 땐 2배 손해다. 지난 3월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투자자들은 향후 유가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을 대거 매수했다. 하지만 배럴당 30달러까지 밀렸던 유가는 20달러 선이 붕괴되더니 지난달 20일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 괴리율 이해 못한 개미들 '수두룩'
유가 하락으로 ETN 적정가가 떨어지는 와중에 매수세가 몰리자 유통가격이 급등했다. 신한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은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괴리율이 847.8%를 찍었다. 이날 상품 종가는 650원이었지만, 괴리율을 걷어낸 적정가는 68.58원에 불과했다. 지난 3월 8일만 해도 국내 증시에서 거래되는 4개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의 평균 괴리율은 0.2%였다. 불과 한 달여 사이에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괴리율이 수천 배 뛴 것이다. 매수세가 워낙 강하다 보니 증권사가 수급을 조절할 물량마저 씨가 말랐다. 부랴부랴 추가 상장을 통해 물량을 풀었지만 상장 즉시 품절되는 경우가 속출했다. 거래소는 단일가매매·거래정지 등 시장조치에 나섰다.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을 사들인 주체는 개인투자자가 절대 다수다. ETN을 발행하는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재 지나치게 높은 유통가격은 당연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하락할 텐데, 상당수 투자자들이 이 같은 상품구조를 모르고 묻지 마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콘탱고 발생하면 기대수익 '뚝'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들이 괴리율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와중에 '콘탱고'발 비상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졌다. 콘탱고란 선물 근월물보다 원월물 가격이 높은 현상을 말한다. 콘탱고가 나타나면 롤오버 과정에서 선물 1계약당 원월물과 근월물 가격 차이만큼 비용이 발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