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55조491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420조2985억원)보다 약 8% 증가한 규모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이 약 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증가세다. 지난달 말 전체 원화대출 잔액은 1170조7335억원에 달했는데, 중소기업 대출이 39%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말에는 중기 대출 비중이 36%에 그쳤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중소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여파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말 잔액은 444조2247억원이었으나 세 달 만에 10조원 넘게 늘었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처음부터 많았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시중은행은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덩치를 불렸다. 그러다 1997~1998년 외환위기 때 대기업이 무너지자 이후 공격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생산적 금융을 키우겠다는 목적으로 올해부터 도입한 '신(新)예대율' 규제도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수금 잔액 대비 대출금 비율인데, 신예대율 체계에선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15% 가중치를 두고 기업대출은 15% 경감하는 구조다.
은행으로선 가계대출을 함부로 늘리면 금융당국의 예대율 관리 상단인 100%를 넘길 수 있다 보니 기업대출을 늘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금 수요가 많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같이 비대해진 중소기업 대출이 가계대출에 이어 은행권 부실을 초래할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부실 채권 비율을 보여주는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추이가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에 주목한다. 고정이하여신이란 은행이 집행한 대출 중 3개월 이상 연체되고 채권 회수가 사실상 어려워진 대출을 말한다.
5대 은행 중소기업 대출 NPL 비율 평균치를 보면 2015년 12월 1.64%였던 게 꾸준히 하락해 2018년 12월 0.71%, 지난해 말 0.6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1월 0.65%, 2월 0.66% 등으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비율) 평균도 지난해 말 0.35%에서 1월 말 0.43%, 2월 말 0.44%로 슬금슬금 올랐다. 지난달엔 더 올랐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송두한 NH금융연구소장은 "최근 4~5년 사이클을 봤을 때 은행의 NPL 비율 등 건전성 지표는 꾸준히 하락했지만 현재 장기 상승하는 국면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와 있다"며 "저금리 기조로 인해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하락하는 상황에서 위험도가 높아진 신호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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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원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