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새 대우건설 주가가 30% 이상 하락하면서 매각 가치는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대우건설 매각·정상화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누적 매출 8조6519억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10조6055억원) 대비 18.4% 줄어든 규모다. 대우건설 매출이 8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대우건설 영업이익은 지난해 3641억원으로 2018년(6287억원) 대비 42.1% 추락했다.
실적 급감에 따라 주가 또한 주당 4300원대로 떨어지며 하향세다. 2018년 1월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가 가시화하면서 6000원대로 상승했던 당시 주가와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기업 가치(주가에 대우건설 지분율 적용)도 작년 1월 말 1조926억원에서 올해 1월 말 9176억원으로 하락했다.
산업은행은 2010년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매입한 후 대우건설 정상화와 매각을 추진해 왔다. 2018년 시도한 매각은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9일 만에 인수를 포기하면서 무산됐다.
작년 4월 산업은행은 매각 전문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까지 만들어 대우건설 정상화에 박차를 가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같은 해 7월 대우건설 지분을 넘겨 받았다. 당시 산업은행은 시장 중심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에 대우건설 지분을 넘기고 '선 가치 제고, 후 매각' 원칙을 제시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년 정도 지나 시기가 좋아지면 기업 가치를 높여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 지분을 넘겨받은 이후 가치 제고 작업은 지지부진한 편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7월 이후 KDB인베스트먼트 관장하에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조직 개편에 따라 대우건설 쇄신을 이끌어야 할 핵심 자리인 'CTO(Chief Transformation Officer·최고변화경영자)'는 6개월 넘게 공석이다. 대우건설 CTO는 직속 산하 미래전략본부 등 회사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조직을 총괄한다.
다만 KD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CTO 자리를 만들 때부터 건설업계 출신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영입이 여의치 않아 불가피하게 자리를 비워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산업을 전담으로 맡아온 컨설팅업계 출신 KDB인베스트먼트 직원 등을 관리직으로 파견 보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향후 건설업계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산업은행 계획에 부정적 요소다.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로 부동산시장을 조이고 있는 점도 변수다. 대우건설 매출 중 주택건축 비중은 61%(지난해 9월 기준)다. 주택 공급이 꺾이고 시장이 위축되면 대우건설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KDB인베스트먼트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국외 플랜트 사업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
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 측은 현재 가격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대우건설 매각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과거 3조2000억원을 대우건설 지분 인수에 투입했는데 현재 시장에서 대우건설 가치는 1조원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격대로 매각을 해도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