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의 편법 낙하산 ◆
물론 금감원 낙하산들은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취업 심사를 통과하긴 했다. 그러나 상당수가 저축은행·대부 업체 등 유관기관이 행선지였다는 점에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재취업자들의 행선지는 JT친애저축은행 사외이사, 무궁화신탁 고문, 대한저축은행 상임감사, 디에스투자증권 감사, 현대차증권 상무, 리드코프 이사 등이다. 지난달만 해도 금감원 출신은 흥국화재, 부산은행, 애큐온저축은행으로 가면서 재취업 승인을 받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시중은행으로 자리를 옮기는 '재취업 승인'은 없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전 시중은행 감사가 금감원 출신으로 채워져 있는 현실을 설명하기 어려운 셈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은행·하나은행의 새로운 감사 내정자가 거쳐간 자리들도 대표적인 '1차 재취업' 행선지로 꼽힌다. 신협중앙회 검사·감독이사는 사실상 금감원 출신들이 독점해왔다. 이번에 우리은행 감사로 옮기는 장 모 전 국장에 앞서 주 모 전 실장, 장 모 전 국장, 이 모 전 국장 등 금감원 출신 인물들이 이 자리를 채워왔다. 하나은행 감사에 내정된 조 모 전 국장이 대표를 맡고 있던 고려휴먼스의 직전 대표도 금감원 출신인 이 모 전 국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국내 금융지주사들에 현직 감사들의 연임을 자제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포착됐다. 윤석헌 금감원장의 메시지가 그대로 전달된 것이라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감독당국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당황해하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 측에서 밝힌 표면적인 배경은 "감사들이 한 금융회사에 오래 근무하다 보면 회사 내부 인물들과 유착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들이 경영진을 견제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지 않고 해당 금융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문제라는 게 금감원의 인식이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금감원이 민간 회사 인사까지 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이 입증된 감사까지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회사에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금감원이 그동안 낙하산을 관행처럼 보내왔던 만큼 금융회사들은 금감원의 실제 의도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금감원의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는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금감원으로부터 기왕 '낙하산' 감사를 받을 것이라면 경험 많고 경륜이 많은 인물을 받고 싶다"며 "조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받아야 하는데 무조건 교체하라는 것은
[이승훈 기자 /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