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IT 펀드는 지난해 31% 수익률을 보였다. 미국 대형 기술주들이 이끄는 나스닥이 2일(현지시간) 9000선까지 돌파하면서 수익률이 쾌조를 보인 것이다. 대부분 IT 펀드에는 나스닥 종목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나 대만 TSMC 같은 반도체주도 들어 있는데 최근 반도체 D램 가격 하락세가 멈추면서 올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져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개별 펀드로 보면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가 1년에 40.57% 수익률을 보여 IT 펀드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다. 3년 수익률이 77%에 달하는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 펀드는 공모펀드로 자금 유입이 부진했던 지난해 말에도 한 달간 3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인텔, SAP, 애플, 삼성전자우선주 등을 담고 있는 펀드다.
그 외 키움글로벌5G차세대네트워크는 1년 수익률 38.48%, DB글로벌핀테크는 37.53%, DB글로벌자율주행은 35.82%를 냈다. 미·중 무역분쟁이 봉합되고 기술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퀄컴 등 5G 관련주, 비자 등 핀테크주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40% 오른 나스닥이지만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많아 IT·테크 펀드는 계속 높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IT 펀드는 최근 3개월 동안 1039억원의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IT주들의 주가 상승 랠리를 전망하는 근거는 실적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볼 때 미국 IT주는 주당순이익(EPS)이 지난해에는 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2020년엔 9% 늘어난다. 2021년에는 2018년에 비해 25%나 EPS가 늘어나기 때문에 실적을 선반영하는 주가는 올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넷플릭스, 구글 등 미국 통신서비스주들의 2021년 이익은 2018년에 비해 2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에 대한 기대가 꺾이는 시기에는 IT주들처럼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섹터에 주가 프리미엄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미국 IT주는 지난해에도 많이 올랐지만 중국 등 다른 나라들 IT주는 아직 덜 올랐기 때문에 추가 상승 모멘텀이 크다"고 말했다.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올해 이익 전망치를 보면 나스닥이 올해 안에 1만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보다 10%는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유 본부장은 "여러 지수들의 컨센서스 예상치를 보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미국 나스닥, 바이오, IT 업종이라 할 수 있다"며 "최근 미국 증시 과열로 인해 조정을 기다리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실적 측면에서 보면 비중을 높여야 할 자산은 나스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아마존이 77배, 넷플릭스가 57배로 높기는 하지만 나스닥의 두 주도주인 애플은 20배, 마이크로소프트는 27배로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부담도 심하지 않다.
물론 2018년과 같이 거대 독과점 기업에 대한 정치적 규제 가능성 때문에 단기 조정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IT 기업 성장의 과실은 거의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주식들의 주주들에게만 돌아가고 있어 규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IT 펀드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더라도 현재 미국 나스닥의 상승은 애플 등 대형주에 집중돼 있어 액티브 수익률이 인덱스펀드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고민이다.
실제로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 펀드나 키움글로벌5G차세대네트워크 펀드를 제외하고는 1년 수익률이 나스닥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만약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