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독점 담배 업체인 재팬토바코(JTI·Japan Tobacco International)이 보유 중인 KT&G 주식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시장에서 모두 처분한다. JTI는 10여 년 전 KT&G가 글로벌 헤지펀드 칼 아이칸의 공격 때 백기사로 지분을 취득했다. 오랫동안 이어온 전략적 제휴 관계를 정리하려는 JTI 행보는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JTI는 장 마감 직후 보유 중인 KT&G 주식 전량을 팔기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다. 보통주 286만 4904주가 매각 대상이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제시된 할인율은 종가(9만 7200원) 대비 2.0%~3.5% 낮은 수준이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매각 실무를 단독으로 맡았다.
JTI가 블록딜로 지분을 전량 처분하려는 구체적인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JTI가 더이상 KT&G와 전략적 제휴를 유지할 유인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년 전 국내 공장에서 위탁생산하던 물량을 전부 필리핀으로 돌려놨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른 불매운동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JTI의 지난 7월 소매 담배 점유율은 한 자릿수인 9%대까지 떨어졌다. 10% 초반이었던 6월보다도 시장 지위가 낮아진 것이다.
JTI는 2000년대 중반부터 KT&G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지분율을 3%대까지 끌어올렸다. 외국 담배회사 중 KT&G 주식을 보유한 유일한 회사였다. 당시 KT&G는
한편 JTI는 블록딜 성사 시 최대 2729억원 어치의 실탄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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