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지수(EM) 반기 리뷰 이벤트가 종료됐지만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며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변동성 장세가 심해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3일 증권가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19거래일 동안 4조606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2018년 1월말 코스피 전고점 이후로 최대 순매도 금액이다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는 대형 IT주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7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 순매도 상위 1위 종목은 삼성전자, 2위는 SK하이닉스다.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조5845억원, SK하이닉스를 4284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이 기간 전체 외국인 순매도 물량의 46.4%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당초 증권가는 이번주쯤이면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27일을 기준으로 MSCI 신흥지수에서 한국시장의 비중이 12.2%에서 12.1%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의 유출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과거 2번의 MSCI 리뷰 이벤트 이후 항상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MSCI 이벤트 종료 후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무역갈등 우려가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10월 1단계 합의 소식이 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양국 정상의 사인만 남은 듯 했던 미중 무역협상은 2개월 가까이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홍콩인권법 서명으로 미중 무역협상의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지난밤 미국은 중국에 농산물을 수출해온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관세를 부과했고, 프랑스 디지털세 부과 보복조치로 24억달러 프랑스 수입품 대상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교역 감소는 내수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경제에 더 부정적이어서 신흥국 주식시장이 무역분쟁에 더 약세"라며 "외국인은 코스피 순매도 대부분을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하고 있는데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이탈이 큰 이유는 미중 무역협상 잡음뿐아니라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예상 지연이 맞물린 탓"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신중한 접근을 권하고 있다. 오는 15일 미국의 중국 추가 관세 부과 등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연속 외국인 순매수 등 외국인 매도압력이 잦아든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유보적 관점이 유효하다"라며 "수출, 경기, 기업이익 등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코스피가 바닥권일 공산이 크지만 동시에 12월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구간이므로 성급한 대응보다는 배당락을 전후한 시점까지 관망적 자세가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
이어 "다만 외국인 매물로 인해 주가 낙폭이 컸던 종목의 경우 중기적 관점에서 평균회귀를 상정한 접근은 무리가 없다"라면서 "내년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는 코스피 200종목 중 외국인의 매도로 낙폭이 큰 종목에 대한 선별적 대응은 고려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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