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업 간 격차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진 것이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착한 기업'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 수익성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소비자의 '착한 소비'가 착한 기업 매출을 늘리고 착한 기업에 투자한 자금 수익성도 높이는 '착한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1일 KB증권은 '착한 기업이 가져올 번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ESG 투자' 자금 규모가 세계적으로 30조달러까지 성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2014년 이후 ESG 투자 자산 규모는 연평균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 투자 확대는 공적 연기금과 기관이 이끌고 있다. 미국 내 자산운용사와 기관투자가 대다수는 ESG 투자에 대한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ESG 투자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내 자산운용사의 ESG 투자 자산은 2012년 1조4000억달러에서 2016년 8조1000억달러, 2018년 12조달러 규모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5년부터 공적연금(GPIF)이 사회적 책임 투자를 중시하고 ESG 상장지수펀드(ETF)를 투자 대상 자산으로 적극 편입함에 따라 많은 기업이 ESG에 전향적인 자세로 빠르게 돌아섰다.
국내에서는 국민연금의 ESG 투자 생태계 활성화에 힘입어 시장이 급속하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020년부터 주식 패시브 운용에 ESG 투자를 적용하고, 2022년부터는 해외 주식과 국내 채권에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국내외 위탁운용사 합류를 유도해 국내 ESG 투자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며 "사모펀드도 국민연금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ESG 투자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ESG 투자 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B증권에 따르면 벤치마크지수인 'MSCI 세계 지수'보다 'MSCI 사회책임투자 선진국지수'가 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SG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 펀드 시장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내 SRI 펀드 설정액은 총 3587억원, 순자산은 3809억원 규모다. 삼성자산운용이 코스피200 ESG 지수를 기초 지수로 삼는 'KODEX 200ESG' ETF를 상장함에 따라 1일 현재 ESG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국내 상장 ETF는 모두 7개다.
액티브 펀드 중에서는 '한국투자글로벌착한기업ESG펀드' 'KTB지배구조1등주펀드' '코레이트주주성장타겟펀드' 'KB아메리칸센추리글로벌리더스펀드' '키움올바른펀드' 등이 올해 출시됐다.
SRI 펀드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SRI 펀드(ETF 포함) 30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지난 11월 29일 기준 3.13%다. 같은 기간 국내 액티브 주식 펀드 평균 수익률인 0.70%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KB주주가치포커스펀드'(13.43%), 'TIGER MSCI KOREA ESG 유니버설 ETF'(10.93%) 등은 올해 들어 10% 넘는 수익을 올렸다.
ESG 기업은 재무적으로도 우수한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나 '착한 기업' 투자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ESG 성과가 높은 기업은 ESG 채권 등을 활용해 금융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사회책임투자 펀드 순자산이 점차 증가해 현재 3800억원 규모고, 일반펀드를 SRI 펀드로 리뉴얼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은 자원활용, 지배구조, 배당 등 여러 측면에서 경쟁 우위에 올라 투자수익도 더 개선될 것"
그는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고 시민의식이 성숙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소비자들이 소비를 통해 평가해 ESG가 기업 실적에 중요한 요인이 됐다"며 "향후 ESG 관련 투자금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ESG 등급이 높은 기업에도 주가 프리미엄이 부여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