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가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펀드 상품을 출시하도록 제안할 예정이다. 한국성장금융이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해 손실의 최대 30%까지는 보전되지만 운용업계가 아닌 협회가 나섰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관제 펀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금투협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투자업계의 자금조달 및 운용 역량을 국가경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공모펀드 상품을 업계와 함께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성인모 금투협 전무는 "일반 국민도 쉽게 투자해 우리 기업의 성장 과실을 공유할 수 있게 공모펀드를 출시하려고 한다"며 "은행 대출이 쉽지 않은 성장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재간접 형태로 공모펀드가 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금투협은 이 상품을 이르면 11월 중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수출규제 이후 나왔던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와 다른 점은 상장기업뿐만 아니라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까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필승코리아 펀드는 국산화와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상장 주식에만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였다.
그러나 이번에 금투협이 제안한 펀드는 비상장기업의 메자닌, 직접대출 등의 투자가 용이한 사모펀드를 통한 방식이다. 결국 1000억원 공모펀드의 투자 대상이 되는 사모펀드도 금투협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금투협이 앞장서 사모펀드와 이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공모펀드를 설정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투협이 제안한 재간접 공모펀드는 3년 만기의 폐쇄형이다. 최근 사모투자 재간접 펀드 최소 투자금액(500만원) 규제가 폐지돼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 산업은행 등이 출자한 한국성장금융이 최대 300억원을 후순위로 투자하면서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일정 부분 보전해준다는 점도 차별화된다. 금투협 구상에 따르면 해당 펀드 신상품을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이 중 한국성장금융이 약 30%를 투자한다.
다만 이 펀드가 특정 업종 종목만 담아 작은 악재에도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김제림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