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감사 대신 회생법원 택한 상폐위기 기업들

재감사 대신 법원을 찾는 상장폐지 유예 기업이 부쩍 늘고 있다. 법원 회생절차에서 자산·부채금액이 확정되면, 다음 연도 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회생절차는 재감사에 비해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와이디온라인이 최근 서울회생법원 제11파산부로부터 회생계획을 인가받았다. 회사 측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지난 2일 관계인집회에서 가결됐다. 아울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회생법)에서 정한 요건 역시 구비했다고 인정돼 회생계획 인가를 결정받았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금융기관 대여채권과 일반 대여채권 원금은 80%가량 출자전환되며, 특수관계인 등 채권은 원금과 이자가 전액 면제된다. 아울러 회생절차 개시 후 이자도 사라진다.
앞서 와이디온라인은 지난 3월 2018 사업 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의견 거절'을 공시했다. 사유는 감사 범위 제한과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이는 즉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며,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내년 4월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비적정 감사 의견이 나와 상장폐지 절차가 1년 유예된 코스닥 상장사 중에 재감사 대신 법원 회생절차를 선택하는 회사가 나오고 있다"며 "회생절차는 재감사에 비해 비용이 적을 뿐만 아니라 차기 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와이디온라인처럼 2018 사업 연도에 대한 비적정 감사 의견을 받은 코스닥 상장사 34곳 중 회생절차를 선택한 회사는 9곳에 달했다. 와이디온라인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다. 라이트론과 지와이커머스, 바이오빌, 이엘케이, KJ프리텍, 비츠로시스 등 6곳은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났으며, 지투하이소닉과 화진은 회생 개시 신청 단계다. 회생절차는 회생 개시 신청→회생 개시 결정→회생계획안 제출→회생계획 인가→회생 종결 신청→회생 종결 순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한번 비적정 감사 의견이 나왔다고 상장폐지되는 일을 막기 위해 1년간 유예 조치를 취했다. 다음 회계연도에서 적정 감사 의견을 받거나,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회사들이 회생절차를 선택하는 이유는 비용 측면과 적정 의견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회생은 재감사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재감사 비용은 5억~20억원인데, 회생절차 비용은 사건의 대소 등을 고려해 법원이 정한다.
또 회생절차가 마무리되면 다음 회계연도에서 적정 의견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회생을 통해 자산·부채금액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 부실이 심해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사례도 있다.
홍정우 효림회계법인 파트너회계사는 "회생절차를 통해 채무 최고 상한액·자산손상률 최대금액·우발채무 등 미확정 자산·부채가 확정되면서 비적정 의견 원인이 사라지게 된다"며 "감사 범위 제한 이슈가 해결되면서 다음번 감사보고서에서 '적정'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업 오너 위치에서는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경영권을 법원이 쥐게 된다. 법원은 회생 관리인을 선정한다. 기존 경영인에게 계속 맡길 수도 있지만, 법원이 선임한 제3의 전문가가 관리인이 될 수도 있다. 법원은 특히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주인에게 회사를 넘길 수도 있다. 자금 수혈을 통한 회사 살리기 차원에서다.
[정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