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례와 같은 일을 막기위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스텔스통장이라고 불리는 '비밀통장'이다.
요즘엔 씀씀이를 줄이려는 알뜰족도 여윳돈을 묻어두고 아예 잊어버리는 저축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밀통장은 2년 사이 10% 이상 늘어나 4대 시중은행에서만 23만 개 넘게 판매됐다.
각 은행들 마다 명명한 이름은 조금씩 다르다.
우리은행은 '시크릿뱅킹' 신한·농협은행은 '보안계좌', KB국민은행은 '전자금융 거래제한계좌', 기업은행은 '계좌 안심서비스', KEB하나은행은 '세이프 어카운트'라고 불린다.
비밀통장이라고 불리지만, 정확하게 따지면 이는 금융상품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서비스다. 기존에 가진 입·출금 계좌는 물론 적금이나 펀드 계좌도 비밀통장으로 바꿀 수 있다. 대출계좌는 대부분 비밀통장으로 만들 수 없는데 일부 은행은 마이너스통장도 비밀통장으로 만들어 준다.
이 통장은 인터넷 또는 모바일 뱅킹에서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하더라도 조회가 되지 않는다. 대개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면 모든 계좌잔액과 거래내역이 보이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비밀통장은 원래 지난 2007년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초창기엔 입·출금이 불편해 일명 '멍텅구리 통장'으로 불리며 외면 받기도 했지만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현재는 '비밀통장'으로 부활했다.
재미있는 것은 비밀통장의 절반정도가 여성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밀통장은 '남편의 비상금 통장'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아내들도 비밀통장 한 개 정도는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전자금융거래제한 계좌현황' 자료에서 나왔다.
만약 배우자나 가족 등이 비밀통장을 인지하고 돈을 몰래 사용했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에서는 '친족상도례법'이 적용돼 배우자가 본인 동의없이 돈을 사용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 친족상도례란 직계혈통,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는 법 조항이다. 절도죄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죄목이며 절도죄 이 외에 사기죄, 공갈죄, 배임죄, 횡령죄 등도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이다. 단 강력 범죄나 손괴죄, 강도죄는 친족상도례에 해당되지 않는다.
만약 비밀통장을 만들고 싶지만 직접 지점까지 찾아가는 것이 귀찮다면 '계좌 감추기 서비스'를 활용하면 된다.
이 서비스는 비밀통장이 아닌 일반 계좌지만, 모바일·인터넷뱅킹에서 계좌를 감출 수 있는 기능으로 평소에는 계좌를 숨겼다가 금융거래가 필요할 때 잠시 서비스를 해제하면 된다.
하지만 비밀통장을 만들기 전에 꼭 알아둬야 할 사항들이 있다.
본인이라 하더라도 인터넷·폰뱅킹 거래가 불가능하고, 직접 가서 거래해야하기 때문에 거래시간도 많이 들고 번거롭다. 이 때문에 은행이 문을 열지 않는 공휴일에는 계좌 관련 업무가 불가능하다. 심지어 우리은
은행권 관계자는 "성과급, 소득공제금이 나오는 시기에 많은 수요가 몰린다"면서 "더욱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인증번호 입력 등 인증절차를 까다롭게 할수록 오히려 인기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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