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지분 100%를 보유한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했다.
이번 합병으로 롯데케미칼은 중장기 고부가 스페셜티(Specialty) 소재 분야에서 전문적인 기술과 다양한 제품을 보유한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해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올해 하반기 연 22만t 생산 능력을 보유한 여수 폴리카보네이트(PC)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이번 합병을 통해 롯데첨단소재의 PC 생산량 연 24만t과 합쳐 46만t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2020년 PC 제품 상업 생산 기준으로 세계 3위 규모다.
첨단소재 행보를 강화하는 가운데 다양한 소재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히타치케미칼 인수에 성공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1962년 10월 설립된 히타치케미칼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및 패널·태양광 관련 소재,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 및 카본 제품, 자동차 배터리 및 부품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당시에는 부각되지 않았지만 히타치케미칼이 일본에서 손꼽히는 에폭시수지 생산 업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에폭시수지는 반도체칩을 습도나 먼지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에폭시수지 일본산 의존율은 87.4% 수준이다.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음극재 분야에서도 글로벌 강자로 꼽힌다. 특히 인조흑연 음극재의 경우 히타치케미칼이 일본 카본 등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하면서 인조흑연 통관 절차 강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관련 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매각 지분과 관련해 히타치그룹에서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최근 히타치그룹 행보를 감안하면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 전량인 51.2%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히타치그룹이 핵심 자회사인 히타치케미칼 매각 결정을 내린 것은 '규모'보다는 자동화 시스템과 같은 인프라스트럭처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2009년 말 22개였던 상장 자회사도 4개로 줄었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독일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히타치는 최근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자동화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동화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산업용 로봇을 바탕으로 생산 시스템을 다루는 미국 JR오토메이션을 최근 1582억엔에 인수하기도 했다. IoT 행보 강화를 위해서는 히타치그룹 역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지분 전량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대 변수는 가격이 될 전망이다.
히타치케미칼 주가는 외신을 통해 매각이 처음 공개된 올 4월 말에는 2621엔(약 2만9700원)이었으나 이후 매각 작업이 본격화하며 이달 22일 3285엔(약 3만
2621엔을 기준으로 할 경우 시가총액이 5460억엔 규모지만 3285엔을 기준으로 하면 시가총액은 약 6876억엔으로 늘어난다. 4개월 사이에 주가가 25%가량 올랐을 뿐만 아니라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