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은 19일 금융권 파생금융상품 판매 현황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주중에 판매 은행에 대한 현장조사를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금융업계와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다음달 19일 첫 만기가 돌아오는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와 환율 실물자산 신용등급 등의 변동과 연계해 사전에 정해진 방법에 따라 만기 지급액이 결정되는 상품을 파생결합증권(DLS)이라 하고, 이를 편입한 펀드를 DLF라고 말한다. 사모펀드 형태로 주로 프라이빗뱅킹(PB) 창구를 통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금액만 총 1조원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손실이 우려되는 것은 독일 금리 연계 DLF다. 6개월 만기라 다음달 19일 첫 만기가 돌아오는 이 상품은 현재 1250억원가량 판매됐다. 법인 일부를 제외하고 주로 개인 고객 대상으로 판매됐는데 투자자 숫자는 600여 명,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2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4~5%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금리가 행사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금리 차이의 200배 만큼 손실이 난다. 예를 들어 금리가 -0.3%가 된다면 금리 차이인 0.1%에서 200배를 곱해서 원금의 20%를 손실 보는 구조다. 현재 독일 국채 금리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이를 꾸준히 사들이면서 사상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다.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채권값은 오르지만 금리는 떨어진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6일 거래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종가 기준으로 -0.688%를 기록했다. 전날에는 -0.711%로 마감되기도 했다. 금리가 -0.7% 이하로 떨어지면 DLF 투자자는 원금을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된다.
독일 국채 금리는 2000년 1월 이후 올해 초까지 한 번도 -0.2% 이하를 보인 적이 없었다. 2016년 7월에 기록한 -0.186%가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당장 다음달부터 내년 1월까지 독일 금리 연계 DLF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다가오지만 단기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유럽 경제도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 파운드와 이자율 스왑(CMS) 금리에 연계해 발행된 하나은행 상품도 이미 원금 손실을 본 상황이다. 이 상품은 만기 시 영국 CMS 금리가 기준선(50%·55%·6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수익을 올리지만 그렇지 않으면 금리 하락률만큼 손실을 내는 구조다. 다만 이 상품은 만기가 1년 또는 1년6개월로 아직 남아 있어 투자자들은 금리 반등을 기대하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이 이번주 현장조사를 통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불완전판매 여부와 함께 상품구조에 문제가 없는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 있어 은행이 이를 의도적으로 이용했는지도 꼼꼼히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제도적인 측면에서 현재와 같은 사모펀드 방식으로 은행 PB가 위험하게 영업하는 부분에 대한 개선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검사와 별도로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분쟁 조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유사한 사례를 보면
DLF 판매 은행들은 "분조위 결정을 전적으로 따를 예정"이라며 "신속한 배상을 통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