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시장 참여자 사이에 믿음이 있다면 그것은 미국 경기는 어느 곳보다 낫다는 점이다. 다만 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 하반기 미국 경기가 흔들릴 때, 그들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 역시 함께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1854년부터 미국의 비즈니스 사이클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직전까지 가장 긴 경기 확장은 1991년 3월 저점에서 2001년 3월 정점까지의 120개월 동안이었다. 최근엔 2009년 6월이 저점으로 기록돼 있으며 정점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만약 2019년 7월 현재도 경기 확장이 진행 중이라면 그 기간만 121개월이 된다. 지난 165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긴 경기 확장이 지금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경기가 이토록 오랫동안 상승을 이어왔다는 건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그동안 잘해왔다는 것, 다른 하나는 슬슬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후자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그들의 민간 투자가 비틀거리고 있다는 부분이다. 2017년 하반기부터 투자 관련 지표가 추가로 상승하지 못한 채 정체됐다. 급기야 올해 상반기부터는 그것이 꺾여 내려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민간 투자 확대는 신규 고용을 유발해 소비를 개선한다. 그리고 나아진 소비는 다시금 민간 투자를 늘어나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과정이 순환하며 경기 확장이 강화된다. 반대로 민간 투자가 부진하면 전혀 다른 모습이 전개된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경기 부진 심화가 강해진다. 즉 현재 미국은 민간 투자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며 향후 경기에 짙은 암운을 드리우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분쟁에 이토록 열을 올리는 이유도 이와 결부시켜 봐야 한다. 미국 내부의 경기 개선 여지가 줄어들기에, 또 다른 경기 동력을 확보하고자 무역분쟁을 일으키는 것으로 해석해야 마땅하다. 물론 이조차도 트럼프 대통령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가 2% 내외를 기록하며, 그들의 기준금리 2.5%를 하회하고 있는 점도 미국의 민간 투자가 추가로 위축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에 나타난 것처럼 미국의 장기 금리가 추가로 내려온다면
미국의 민간 투자 부진이 가시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동안 주식시장에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파트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