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시장 공룡된 GA (上) ◆
이처럼 GA의 불법 영업 행위는 갈수록 대범해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약을 따내기 위한 보험료 대납 행위 등 모든 불법 영업 유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GA 설계사들은 육아박람회 등 행사장에서 보험사 전속 설계사를 사칭해 상품을 팔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한다. 금융위원회에 상정된 대형 GA 법규 위반 제재 건수는 2016년 15건에서 지난해 28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금융권에서는 GA 급성장에 대해 "제도가 시장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GA는 2005년 전후 외국계 보험회사 영업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한 독립 대리점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보험 판매 채널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시장에 등장한 지 15년이 다 됐지만 아직까지 관련 제도는 미비하다.
그사이 GA는 설계사 22만명을 거느린 거대한 집단으로 성장했다. 금융당국과 보험사, GA가 적정 수준의 규제나 관리 체계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선의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GA가 체구에 걸맞게 행동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가장 시급한 것은 판매수수료 체계 개편이다. GA는 보험상품을 팔면 전속 설계사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보험사에서 받는다. 전속 설계사가 가입자와 보험계약을 한 뒤 보험사에서 받는 수수료 수입이 월 납입 보험료의 800~1000%라면 GA 소속 설계사는 이보다 높은 1200~1400% 수준이다. 예컨대 월 보험료 10만원짜리 보험을 팔면 전속 설계사는 100만원, GA는 많게는 140만원을 받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많게는 1700~1800%까지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고, GA는 수수료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상품을 무리하게 파는 악순환 구조인 것이다. 고객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상품을 팔기보다 돈이 되는 상품을 파는 구조다.
이처럼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일단 팔고 보자'는 영업 관행 때문에 고객 사후 관리가 안 되는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4월 16일 수수료 체계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당시 금융위원회와 보험연구원은 보험계약 초기에 선지급하는 모집 수수료를 연간 납입 보험료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험설계사가 가입자와 보험계약을 한 뒤 해당 상품을 만든 보험사에서 1년간 받는 수수료를 월 납입 보험료 대비 1200%(1년치 보험료) 이하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GA업계는 반발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전속 설계사 조직과 달리 GA는 설계사 외에 관리 인력과 사무실 운영비용 등 간접비용을 보험회사에서 받는 수수료로 충당해야 한다"며 "동일한 수수료 제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통상 GA는 보험사에서 받는 수수료 중 25~30%를 간부 인건비나 사무실 운영비 등 간접비용으로 공제한 뒤 설계사에게 수당을 지급한다.
수수료에 상한을 적용하는 것과는 별도로, 수수료 체계를 '유지관리'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설계사의 수수료 체계를 판매수수료와 유지관리 수수료로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아울러 장기근속 설계사를 우대하고, 판매 중심이 아닌 유지율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GA 내부통제 강화도 시급하다. 금융당국은 소속 설계사 500명 이상인 대형 GA는 최소 2년 임기를 보장한 준법감시인을 두고 내부통제 조직을 만들도록 올해 3분기 감독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직원 1000명 이상인 초대형 GA는 준법감시인을 지원하는 조직을 별도로 두어야 한다.
하지만 500인 이상 GA는 전체 4495개 중 56곳에 불과하다.
[김강래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