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KB금융지주는 지주 자산관리(WM) 부문 아래 KB국민은행·KB증권·KB손해보험 연금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연금본부와 연금기획부를 새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세 계열사는 KB금융 계열사 중 퇴직연금 사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 탄생한 지주 내 연금본부는 그룹 전체 연금고객의 사후 관리와 은퇴·노후·각종 부가서비스를 총괄한다. 신설된 지주 산하 연금기획부는 지주·은행·증권·손보의 4사 겸직 체계로 운영된다.
3곳 중 연금사업 비중이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연금사업부를 연금사업본부로 격상했다. 기존 은행 연금사업부장이 은행 연금사업본부장과 지주 연금본부장을 함께 맡게 됐다.
이번 개편에서 KB가 초점을 맞춘 첫 번째는 고객 수익률 제고다. 그룹 내 투자은행(IB) 부문과 증권, 손보 등 계열사 간 협업으로 특화 상품을 만들고 운용 역량을 강화해 수익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고객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퇴직연금 수익률에 따라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받지 않는 등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KB의 시도는 앞서 신한이 발표한 퇴직연금사업 전면 개편에 대한 맞불 성격이 크다. 신한금융은 지난 4월 그룹 계열사의 공통된 사업을 하나로 묶는 사업부문제인 '매트릭스 조직'을 퇴직연금 부문에 도입했다. 6월 공식 출범하는 신한금융 퇴직연금 사업부문에는 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신한생명이 참여한다. 지주 사업부문장이 계열사 3곳의 퇴직연금 그룹 수장을 겸임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사회초년생을 타깃으로 한 '생애주기펀드(TDF) 2050'도 출시한다. 투자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고객 은퇴 시기에 맞춰 자동 조절해주는 TDF는 지난해 말 기준 설정액이 1조5000억원 규모로 2년 만에 시장이 20배나 커진 고성장 상품이다.
하나금융도 마찬가지다. 핵심 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은 올해 초 은행권 최초로 기존 연금사업부를 격상한 연금사업본부를 만들었다. 지난 27일에는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일대일 맞춤 자산관리와 수익률 컨설팅을 해주는 연금자산관리센터를 열었다. 지금은 전문가 10명이 배치됐지만 이 규모를 30여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퇴직연금 수수료를 깎아 고객이 가져가는 몫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그룹이 줄줄이 퇴직연금사업 키우기에 나선 것은 시장 규모와 함께 '은행 예·적금만도 못한 수익'이라는 비판이 함께 커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190조원으로, 2016년 147조원보다 43조원이나 늘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힘들다는 인식으로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후 400조원 가까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계속되는 저금리에 수신금액 확보가 힘든 금융사로서는 어떻게든 선점해야 할 시장인 셈이다.
여기에 퇴직연금은 일단 한번 가입자를 잡으면 퇴사 전까지 평균 20~30년간 꼬박꼬박 돈이 금융사로 들어간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금융사는 퇴직연금을 굴리면서 연 0.4~0.6% 수수료를 가져간다. 대출에 기댄 기존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하는 금융그룹 필요에도 딱 맞는 사업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수익률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평균 연간 수익률은 1.01%에 그친다. 최근 5년간으로 환산해도 1.88%로, 올 3월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예·적금 등)인 1.95%보다도 더 낮다. 적립금의 대부분인 90.3%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된 원인이 크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가 저위험·저수익인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묶여 있는 적립금을 고수익 실적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