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965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지난 9일부터 8거래일 연속 코스피를 팔아치우며 매도세로 돌아섰다. 이 기간 외국인은 1조7270억원어치를 코스피에서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매도는 대형 수출주나 내수주를 가리지 않았다. 이달 순매도 상위 5개 종목은 삼성전자 삼성전기 SK하이닉스 한국전력 롯데케미칼 순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매도 공세는 미·중 무역갈등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미·중 간 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한국도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가치가 뛰며 원화가치가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1194.2원으로 마감했다. 4월 19일 기록한 1136.5원에 비해 57.7원이 떨어졌다.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서 원화가치 하락은 한국에 투자한 자산 가격이 하락한다는 의미다. 코스피에 투자할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을뿐더러 달러가치 상승도 외국인 매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달 말엔 MSCI 신흥국지수 편입 비중 변경도 예정돼 있다. 중국 A주 편입 비율이 확대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가 새로 편입되면서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에서 1조원가량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1분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7% 감소하는 등 기업 실적도 한국 증시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펀드 자금 흐름도 코스피에 비우호적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62억달러가 신흥국에 투자된 글로벌 주식펀드에서 빠져나갔다. 특히 대만과 한국에서 각각 13억8000만달러, 8억달러 유출이 나타났다. 국내 주식형 펀드도 유출 추세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올해에만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4조4000억원이 순유출됐다.
이처럼 외국인의 증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다시 '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 근접하면서 '저가 매수' 세력이 한국 시장에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화가치 하락은 수출 가격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달러당 1200원대에서는 환율 수준을 고려한 외국인의 매수 전환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미·중 무역분쟁이 파국으로 가지 않는다면 외국인들은 제한적인 매도를 하면서 매수 시기를 저울질할 수 있다"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6월께 외국인 매수 전환 추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는 2007년 수준으로 당시 달러당 원화값은 900원대였다"며 "현재 원화가 2007년 대비 300원 가까이 저렴해졌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주식은 싸보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매도 강도는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협상 불확실성 해소도 향후 외국인 수급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한국 증시 회복 여부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 시점이 관건으로, 교착 국면 장기화는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특징과 더불어 중국과 경제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글로벌 위험 회피 성향이 다른 곳보다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매크로팀장은 "향후 한국 증시 회복 여부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 여부가 포인트"라고 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7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332억원, 16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8거래일 연속 '팔자'는 지난해 11월 13~22일 이후 약 6개월 만의 최장 기록이다.
[정승환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