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한동안 주춤했던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지난달 다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3월 말보다 3조3779억원 늘어 총 579조5536억원이었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전월 대비 5조5000억원, 4조원 늘었다가 올해 1분기에는 월 1조~2조원대 증가에 머물러 규제가 효과를 발휘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4월 들어 다시 잔액이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우려됐다.
세부적으로는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 개인신용대출이 모두 연초 증가폭보다 더 큰 규모로 늘었다.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415조7615억원으로 3월 말보다 3조131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1분기 내내 월간 증가액이 2조원대에 머물렀으나 지난달 처음 3조원을 넘긴 것이다. 개인신용대출도 3월에는 전월 대비 5013억원 줄었다가 지난달엔 4010억원 늘어나 100조7100억원이 됐다.
한편 부동산 임대업자와 영세 소상공인이 대다수인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도 증가폭을 키워 지난달 말 225조2336억원에 달했다. 3월 말보다 1조7087억원 증가한 수치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해 12월에는 한 달 동안 1813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올해 들어서는 1월 8135억원, 2월 1295억원, 3월 1조4157억원 등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통상 연초에는 직장인의 연말 성과급이나 설 명절 보너스 등으로 빚을 갚는 사람이 많아 잔액이 줄었다가 이후 다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가계대출 규제가 강력해진 후에는 자영업자 등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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