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대란 이제 시작이다 (上) ◆
국내 기업의 회계 투명성이 세계 꼴찌에 머물고 있는 반면 상장사들의 감사 통과 비율은 98%를 넘어서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감사의견 '한정' 사태 등으로 촉발된 감사대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상장사들에 대해서는 회계법인의 물렁한 감사가 지속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신(新)외부감사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내년 초에는 보다 많은 상장사가 한정, 감사의견 거절 등 비적정 감사의견을 무더기로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와 한국회계학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회계 적정 의견에 따른 감사 통과율이 98.38%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 주주총회 시즌에 많은 상장사가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절차 돌입 등을 당하며 '감사대란'이 빚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회계저널에 보고된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의 감사보수 수준 비교연구'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감사의견 적정 비율은 한국이 99%로 세계 최고였다. 같은 기간 미국은 66%, 일본은 72%였다. 감사의견 적정 비율이 높은 곳은 중국과 호주, 영국 등이었지만 95~97% 수준으로 비적정 비율 비중이 한국보다는 낮았다.
국내 상장사의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이날까지 비적정 의견을 받은 곳은 코스피가 3곳, 코스닥이 30곳 등 총 33곳으로 전체 상장사 대비 적정 통과 비율은 98.38%에 달했다. 아직 한 곳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올해 감사대란을 겪었다고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해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안영균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은 "한국의 감사 통과 비율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회계 투명성 순위는 늘 평가 국가 사이에서 꼴찌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회계감사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회계 투명성 순위는 63개국 중 62위를 기록했다. 2017년 63위로 최하위에서 겨우 한 계단 올라선 수준이다. 금융당국과 시장에서는 신외감법이 적용되는 올해는 더욱 회계감사가 엄격해지고 감사 결과의 투명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년 강제로 220개 기업의 감사인을 정부가 지정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최소 감사 시간을 보장하는 표준감사시간제가 시행되면 보다 철저한 회계감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계 부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비적정 의견을 받아 증시 퇴출에
[진영태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