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그룹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에 따라 이들로부터 받는 배당이 늘고 있다. 여기에 작년 서초동 사옥 등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올해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4%가량 확보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6년 2조7000억원이었던 삼성물산의 현금성 자산은 내년에 5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현금 급증은 삼성물산의 실적 호조와 함께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 노력, 보유한 주식의 배당금 증가에 따른 결과물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핵심 자산 매각 및 자체 사업 실적 개선으로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을 4조원 이상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삼성전자 등 보유 자회사의 배당 확대로 인한 배당 수익도 매년 증가 추세여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는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작년에 금천물류센터, 서초사옥, 태양광발전소 등을 매각하며 1조원 이상 현금화에 성공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현금성 자산은 올해 4조5420억원, 내년 5조572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엘리엇 등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당하던 2015년을 떠올리면 놀라운 '환골탈태'라는 분석이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했다며 합병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공정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엘리엇은 작년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봤다면서 투자자-국가 간 분쟁소송(ISD)까지 제기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합병 후 삼성물산의 실적과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제일모직과의 합병 당시(2015년) 371억원에 불과했던 삼성물산의 연간 영업이익은 작년에 1조1039억원까지 급증했다. 건설·상사·패션·리조트 등 4대 사업이 모두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며 작년에 사상 첫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4.6%)를 비롯해 삼성생명(19.3%), 삼성SDS(17.1%), 삼성바이오로직스(43.4%), 삼성엔지니어링(7%), 삼성중공업(0.1%) 등을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상장사다. 주주행동주의의 강화로 이들 상장사는 배당성향을 크게 높이고 있다.
배당성향은 연간 현금배당을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비중)다.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2016년 17.8%에서 작년 21.9%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과 삼성SDS는 나란히 2배 수준으로 높였다. 이들로부터 받는 연간 배당금은 2017년 3000억원에서 작년 5500억원, 올해 6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대규모 투자를 하느라 아직 배당을 못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배당에 참여하면 삼성물산의 곳간은 더욱 풍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작년에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를 완료한 만큼 올해는 이 같은 현금을 지배구조 강화에 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을 줄이라고 강조해왔다.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지분율 중 15%를 넘어서는 금융계열사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제한)을 감안하면 삼성그룹이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대안은 삼성생명·삼성화재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