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지주가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보유 지분 19.9%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에 매각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8일 아람코와 최대 1조80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에 관한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10조원으로 산정해 주당 가치 3만6000원 수준에 인수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양사 이사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매각이 이뤄지면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가 된다. 현대중공업지주의 현대오일뱅크 보유 지분율은 기존 91.13%에서 71%로 낮아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전략적 투자자"라며 "현대오일뱅크의 업계 최고 고도화율(40.6%)과 업계 1위의 수익성 등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이번 투자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람코는 세계 원유 생산량의 15%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다. 또한 에쓰오일의 지분 6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로 인해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20% 이상 인수하면 현대오일뱅크를 에쓰오일 계열사로 편입해야 하기에 19.9%까지만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2015년 11월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다양한 사업을 함께 진행하며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1조8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늦춰진 현대오일뱅크 상장 시기는 다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Pre-IPO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다소 시일이 필요한 만큼 현대오일뱅크 상장은 불가피하게 연기될 것"이라며 "이번 계약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신사업투자와 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세계 1위 석유회사가 투자했다는 점만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이번 계약을 통해 아람코의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한 단계 발전할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도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석유화학과 유전개발, 윤활유 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람코는 사우디 산업발전 계획인 '비전 2030'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사우디 최대 조선소 건립을 함께 진행하고 있
[강계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