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체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의 전 세계 수주 물량을 대부분 싹쓸이하면서 부진했던 조선업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내 조선 3사의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의 가삼현 사장은 11일 현대중공업그룹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올해 LNG선 호황으로 수주 실적이 목표액 132억달러보다 초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 사장은 지난달 현대중공업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는데, 공식 석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 사장은 "수주산업 특성상 2016·2017년 수주분의 매출 비중이 여전히 높아 2019년에도 쉽지 않은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꾸준히 수주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데다 흑자 전환을 위한 원가 절감 등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은 LNG운반선 25척을 비롯해 컨테이너선 50척, 탱커 51척 등 모두 146척을 수주하며 연간 목표액의 95%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 개별로만 수주 실적을 계산해도 지난달 말까지 총 53척으로 전체 수주 목표액 68억달러 중 62억달러(약 91%)를 채웠다. 가 사장은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2027년까지 매년 연평균 60척 이상의 LNG운반선이 발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지금처럼 수주 시장이 상승 곡선을 지켜준다면 2020년 즈음에는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업황 호조세에 외국인투자자들도 현대중공업 등 조선주를 순매수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한 달간 금융투자 주체 중 외국인투자자는 현대중공업 주식을 405억원어치(29만7981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 주식도 578억원(164만7032주)어치 더 사들였다. 최근 업황 호조로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 63척 가운데 53척을 국내 조선 3사가 수주하는 등 선박 수주가 증가하면서 외국인들의 매수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LNG 운반선에 대한 수요는 과거 몇 차례 사이클을 탔는데 최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LNG가 각광받으면서 당분간 LNG선에 대한 강한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기업분석팀장은 "LNG 수요와 공급이 모두 증가하는 사이클을 타면서 LNG 선박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전 세계 LNG 물동량은 2012~2015년 연평균 성장률이 0.3%에 그쳤지만, 지난해부터는 10% 안팎의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40년까지 세계 천연가스 수요가 연평균 1.6%씩 증가하고, 2017년보다 약 4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더딘 선가 회복세나 원재료 가격 상승, 해양플랜트 수주 부진 등으로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익이 늘어나려면 선박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선가 회복세는 더디기 때문이다. 선박 가격의 지표 역할을 하는 클락슨 선가지수는 올 11월 130포인트를 기록했다. 2004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심지어 조선사들의 재무 상황이 열악했던 2014년에도 평균 선가지수가 138포인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반면 선박 제조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은 2004년 이후 65% 상승했다. 후판만 고려해도 원가가 13% 오른 셈이다.
이에 가 사장은 최근 LNG 선박의 수요가 늘면서 선가도 차츰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익을 좌우하는 선박 가격이 2016~2017년 저점을 찍었는데, 향후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 사장은 "클락슨 지수로는 올해 들어 선가가 3~4% 올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10% 가까이 올랐다"면서 "LNG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선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올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간담회에서 올해 IPO 최대어로 꼽혔던 자회사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시기에 대해 조영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시장이 어려워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이른 시일 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언제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봄쯤은 돼야 (상장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