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11개월 동안 개인과 기관의 외화주식예탁 결제 규모는 매수 142억달러, 매도 161억달러로 총 303억달러(약 34조원)로 집계됐다. 결제 처리 건수 역시 86만1216건으로 작년(66만1006건)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거래액 기준 역대 최대 규모였던 작년의 227억달러를 지난 9월 넘어선 데 이어 300억달러대로 진입하며 본격적인 해외투자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외화주식 결제 규모는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 31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 7년간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증가 속도도 매년 가팔라지고 있다. 2011년을 기점으로 2015년 거래규모 100억달러를 넘기기까지 4년이 걸렸고, 다시 2년 만에 200억달러 선을 돌파했다.
해외주식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부진한 국내 증시 흐름, 미국 증시 호조,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중개 서비스 확대, 해외증시에 대한 정보 증가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엔 미국에 상장된 주식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려워 자국 편향 현상이 심했으나 최근엔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분석 역량 강화로 정보 접근성이 좋아졌다"며 "글로벌 주식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3%, 한국은 2%인 점을 감안하면 해외 주식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자산배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해외주식투자규모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올해 한국 예상 GDP 증가율이 2.6~2.7%로 예상되는데, 이는 미국의 3%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기본적으로 주식은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기반하는데, 국내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국내주식에는 없지만 해외주식 매매차익에 붙는 양도소득세 22%를 지불하는 것도 기꺼이 감수할 정도로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대비 해외 주식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투자대상 해외주식이 상장된 국가별로 보면 미국 비중이 68%(206억달러)로 가장 높았다. 미국에 이어 홍콩 16.68%(50억달러), 일본 5.4%(16억달러), 중국 4.7%(14억달러) 등 순이었다. 거래 비중이 0.3%로 미미했던 유럽시장을 제외하고 매도 대비 매수세가 가장 강력했던 투자 지역은 중국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올 들어 사들인 중국주식은 8억4500만달러 규모로 매도액(5억9400만달러)을 42% 웃돌았다. 미국, 중국, 홍콩, 유럽시장에서는 '사자'가 우세했지만 일본 시장에서는 매도가 매수를 앞질렀다.
11월 들어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활발하게 거래한 종목 톱3도 모두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IT 관련주가 휩쓸었다. 거래 규모가 2억3055만달러로 가장 컸던 종목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아마존으로 나타났다. 2위는 나스닥의 애플, 3위는 중국 기업이지만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되는 알리바바 순이었다. 이외에도 해외주식 거래 규모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미국에 상장된 종목이 8개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종목 2개(CHINA AMC CSI 300 INDEX ETF, 홍콩H-SHARE ETF)도 순위에 들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해외주식 투자는 장기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글로벌 트렌드인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미국 기업 선호가 두드러질 수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이 휴전에 접어들면서 전반적으로 주가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및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확고한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알리바바 역시 타오바오와 알리페이 개발로 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대표적인 4차 산업 주도주로 분류된다.
[김제림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