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마크스 회장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시티코프 등에서 애널리스트, 채권매니저로 일하다 1995년 오크트리캐피털을 창업한 그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메일함에 마크스의 메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읽는다"고 할 정도로 이론과 현실에 밝은 투자 대가로 유명하다.
마크스 회장은 이달 들어 미국 다우와 나스닥지수가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려온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장기적인 금리 인상 때문"이라며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시장에서 미국 정부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투자자 심리가 비관적으로 바뀌면 더 비관적으로 될 만한 이유를 추가로 찾는 속성이 있다"며 "미·중 간 무역전쟁, 브렉시트, 이탈리아 재정 위기 등 리스크 요인이 더해지면서 시장 심리가 더 비관적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 급락을 "시장 가격이 너무 높게 상승한 상황이라 조정받은 것"이라며 "미국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한 상황이 대략 1~2년 정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 단기적으로 침체 국면으로 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무역갈등 같은 리스크 요인이 사라지더라도 미국 경제 호황이 2년 넘게 지속될 것으로는 보지 않았다.
나스닥지수 하락을 이끈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주식 급락에 대해서는 "기술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에 입각한 의견을 주기 어렵다"면서도 "올해 6월에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시장 내에서 지나친 낙관주의가 나타날 때 보이는 징후들이 보인 대표 사례'로 언급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과열돼 있었다는 뜻이다.
이달 들어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진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한국 시장은 수출 비중이 크고 지정학적 이슈가 있어 미국보다 금리 인상 같은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그래서 한국 시장 조정 폭이 컸다"며 "최근 미·중 무역갈등 상황에서 한국 시장에선 과도한 반응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는 한국 시장이 저평가된 것이라는 의미일 수 있다"며 "지금은 펀더멘털 대비 가격이 적정 수준인지 재평가할 시점"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단기적으로 미·중 무역갈등과 북한 문제 전개에 따라 시장 심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런 요인들은 예측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기본적으로 한국 시장을 신뢰한다"고 평가했다.
마크스 회장은 "한국 상황을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면서도 저출산과 근로시간 단축의 경제 영향에 대한 이론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저출산은 명백히 심각한 문제이며 1인당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출산율 하락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며 "일본을 보면 출산율 정체가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쳤고 디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됐다"고 말했다. 또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기업과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국은 혁신을 통해 인구 감소, 근로시간 감소의 부정적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스트셀러인 '투자에 대한 생각'에 이어 6년 만에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이란 책을 발간한 것을 계기로 내한한 그는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세 단어는 'I Don't Know'"라며 "현명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투자 대상에 대한 지식이 남보다 월등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결국 '나는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신 시장과 투자 대상이 시간에 따라 상승·하강하는 사이클을 읽고 매도·매수 타이밍을 잡으라고 조언했다.
1946년생인 마크스 회장은 씨티그룹 전신인 시티코프에서 1969년부터 10년간 주식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이론적 바탕을 쌓았고 이후 시티코프에서 전환사채·하이일드채권 매매를 담당했다.
1985년부터 10년 동안 TCW그룹에서 부실채권·전환사채·하이일드채권 투자를 총괄한 후 1995년
[조시영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