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그마나 취업 문턱이 낮은 보험설계사에 뛰어들었다가 빚만 지고 나오는 20·30세대가 적지 않은 가운데 이들에게 또 다른 채무독촉장이 날아오고 있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간과 쓸개 다 내주며 일 하고도 빚만 는 것도 억울한데 그만 뒀더니 몇 년 후 미리 받은 수당을 다시 토해내라는 보험사 으름장에 망연자실이다.
17일 전직 보험설계사 A씨는 채권추심을 주로 하는 신용정보회사로부터 한 장의 통지서를 받았다. 내용은 A씨가 보험설계사로 일할 때 판 보험 중 일부가 유지되지 못했는데, 이 당시 계약 체결 후 보험사에서 선지급 받은 수당을 다시 뱉어내라는 것이었다. 금액은 82만원 수준으로 적다면 적다고 할 수준이지만 현재 A씨는 생활이 어려워 2금융권 대출까지 쓰고 있는 상황에서 압박감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A씨는 보험설계사로 일한 5년 동안 빚만 2000만원이 늘었다. 해당 보험사는 A씨가 받은 수당을 다시 내주지 않으면 서울보증보험에 대신 보험금을 청구하고 법적인 조취까지 취하겠다고 적시했다.
문제는 이런 보험사의 행태가 악순환 된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고액의 수당을 선지급 받은 후 잠적하는 일부 보험설계사로 인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악화와 보험소비자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며 채권추심회사를 통한 수당 환수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보이는 일부 보험설계사를 제외하고 상당수는 그저 열심히 해보려다 실패해 빚만 지고 보험설계사를 접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3월차 보험설계사 등록정착률(2018.1.1~2018.6.30)은 생명보험회사 기준 평균 40.4%로 나타났다. 보험설계사로 새로 등록한 10명중 4명 만이 1년 이상 정상적인 보험모집 활동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꾸로 보면 10명 가운데 6명은 보험설계사로 발을 들여 1년도 안 돼 꼬꾸라졌다는 얘기다. 그만큼 초기 정착이 어렵고 이직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특히 대면 영업의 특성상 초기 보험 판매가 주로 가족이나 지인 등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보험사에 돈만 벌어주고 탈탈 털려 빚만 지고 나가는 보험설계사가 많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험설계사를 시작해 실패 후 다시 다른 직종으로 재기를 시도하는 20·30세대에 보험사의 수당 환급 독촉장은 재기하고 싶은 의지도 꺾어 버린다. 전직 한 설계사는 "보험설계사를 시작해 젊은 시절을 보내고 실패한 것도 억울한데 그만 둔 후 언제 받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수당까지 토해내라니 화가 솟구쳐 오른다"며 "일한 맛이 안 난다"고 토로했다.
서민경제가 어려워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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