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IB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현재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 등 주요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향후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당시 롯데지주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 중인 롯데케미칼 주식 총 796만5201주(지분율 23.24%)를 약 2조2274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롯데지주는 매입자금 전액을 금융권에서 단기차입으로 조달했는데, 이를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 대금으로 상환할 것이란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 보유 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해 향후 (롯데케미칼 지분 매입에 들어간) 단기차입금을 충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는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계열사 정리 등) 명분이 만들어진 게 결정적"이라고 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명분이란 크게 두 가지다. 앞서 언급했던 단기차입금 상환용도를 비롯해 내년 10월까지 롯데지주의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지분을 보유할 수가 없다. 6월 말 기준 현재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 93.78%와 롯데캐피탈 25.64%를 보유 중이다. 규모만 약 2조원을 넘어선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계열사 처분에 따른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해소로 정책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비상장 계열사 상장으로 지주사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본다"며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롯데지주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롯데지주 밖에 있는 호텔롯데가 해당 지분을 매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간 합병설이 나오는 상황에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렇다면 업계 관계자들은 왜 호텔롯데와 롯데지주와의 합병설에 무게를 두는 걸까. 현재 일본 롯데 계열사가 지분의 약 99%를 보유 중인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논란을 일으켜 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롯데그룹이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롯데지주와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주 발행과 구주 매출 등을 통해 신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일본 지분을 희석시킬 것이란 예상이다.
김 연구원은 "2016년 당시 거론됐던 20조~3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 평가는 현재 불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보다 이른 시기에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치가 낮더라도 지분 확보 비용을
호텔롯데 상장 이후에는 롯데물산 등 나머지 계열사들의 편입이 이루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상장한 호텔롯데를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투자회사와 롯데지주의 합병을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민서 기자 /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