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미·중 무역분쟁 강도가 약해졌다. 미국이 2차로 부과한 2000억달러 규모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이 예상했던 25%보다 낮은 10%로 결정됐다. 두 번째로는 8월 말 잭슨홀 미팅과 9월 정책금리 결정 과정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심스러운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신흥 시장 중 중국 주식은 그동안 하락세를 마감하고 반등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기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고자 실행하는 감세와 같은 소비 진작 정책과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등이 투자 심리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A주의 FTSE 신흥국지수 편입이 확정돼 장기적으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도 이러한 반등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정부 정책에 대한 과대 해석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는 증시의 상단을 제약하고 있는 금융부채 축소와 규제 개혁 등 기존 정책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증시도 거래대금과 외국인 수급 회복 등으로 변동성이 완화되고 추가 반등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지 않고 기업 실적 전망치가 상향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같은 시장 중 인도와 브라질은 각각 통화 변동성과 정치적 불확실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인도에 대한 중장기 투자 매력은 유효하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고유가 지속은 인도의 무역적자를 확대해 루피화 약세를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대선 윤곽은 여전히 안갯속이나 친시장 후보자들 지지율이 부진하면서 헤알화와 증시 변동성은 확대됐다. 오는 7일 있을 1차 대선에서 아다지나 고미스와 같은 좌파 진영 후보가 1~2위에 포함된다면 금융시장의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흥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에 기여했던 11월 말의 미국과 중국 양국 정상회담이 무역분쟁을 현실적으로 해소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는 미국이 예고한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2019년부터 10%에서 25%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의 교역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두 차례에 걸쳐 총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과 글로벌 경제는 각각 0.4%포인트와 0.2%포인트 성장률 하락이 예상된다.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신흥 시장보다는 펀더멘털이 견고한 선진 시장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이다. 선진 시장 내에서는 유로 지역과 일본보다 미국이 선호될 수 있으나 2019년 1분기에는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