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 예보료 차등평가 등급. [자료 제공 = 예금보험공사] |
저축은행의 경우 상당수가 경영건전성을 개선했는데도 되레 등급 하향으로 예보료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칭찬은 못해줄 망정 뺨 맞은 격"이라는 업계 반응이다.
현재 예금보험료율은 은행 0.08%, 보험과 금융투자사 0.15%, 저축은행 0.40% 수준으로 저축은행권은 타업권 대비 최대 5배나 높다.
28일 예보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경영건전성이 꾸준히 개선됐지만 예금보험료율은 제자리걸음이다. 앞서 곽범국 예보 사장은 저축은행 업계를 중심으로 예금보험료율 인하 요구가 일고 있는데 대해 "고민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보가 실시한 최근 5년간 예보료 차등평가 자료를 기자가 단독 입수해 확인한 결과, 2013 사업연도 저축은행 1등급 비율은 37.5%, 2014년 68.4%, 2015년 75.6%, 그리고 2016년에는 무려 90.9%가 최고 등급을 받았다.
이 기간 저금리 기조와 각종 대출규제 등 저축은행 영업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경영개선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에도 지난해 예보료 차등평가에서 저축은행 70곳 중 45곳이 등급 하락의 쓴맛을 봤다. 그 결과 1등급 비율은 1년새 90.9%에서 32.1%로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저축은행 업계는 사상 처음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하며 2011년 부실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경영건전성을 높이면 예금보험료 인하라는 일종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예보료 차등평가인데, 취지가 무색한 결과"라며 "평가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고무줄 평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예보료 차등평가에서 저축은행권이 무더기로 등급 하락을 맞은 것은 저축은행 경영건전성에 문제가 있기 보다는 강화된 평가 기준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종전 평가 대비 1등급과 3등급 비율이 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한비율 설정'이 도입됐다. 이는 예보료 차등평가(2017)에서 1등급 저축은행이 무더기로 고배를 마시는 결과를 낳았다. 직전 평가에서는 3등급만 상한비율을 설정했다.
쉽게 말해 1등급 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일종의 상대평가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 때문에 좋은 성적에도 밀려 2등급으로 하락한 곳이 40곳에 달했다. 이번 예보료 차등평가에서 1등급 기준은 81.3점으로 확인됐다. 직전 평가에서는 75점이 1등급 기준이며 이번 평가(2017)에서 저축은행 전체평균 점수는 73.9점, 직전 평가에서는 88.6점을 각각 기록했다.
예보 관계자는 "저축은행 경영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험문제가 어려워진 결과로 봐 달라"고 말했다.
↑ 저축은행 예보료 차등평가 등급별 평균점수. [자료 제공 = 예금보험공사] |
예보료 차등평가 항목 중 가계대출위험도(배점 5점)를 신설한 것을 두고도 정치적 판단이라는 해석이 짙다. 예보가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예보료 차등평가 항목에 넣었다는 것이다. 예보 관계자는 "이 부분의 평가 점수가 1등급 등락을 좌우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저축은행의 경우 예보료 차등평가에서 '괘씸죄'로 불이익이 줬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예보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예보료 차등평가에서 1등급과 3등급 상한비율 설정으로, 특히 기존 1등급에서 탈락한 저축은행의 경우 불만이 클 수 있다"면서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저축은행권에서는 업계가 저축은행 사태 이후 경영개선을 꾸준히 이뤄온 만큼 일단 예금보험료율을 일정 수준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해야 '잘 한 기관에는 당근을 주고 못한 기간에는 채찍을 쓰는' 예보료 차등평가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예보료 차등평가는 예보가 저축은행권에 예보료를 더 걷기 위한 것 외에는 달리 해석을 할 수 없다"며 "최소한 경영개선이 뚜렷한 곳은 모두 예보료 인하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보는 부보금융회사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예금보험료율을 산정하기 위해 경영, 재무상황 등에 대해 매년 한 차례 3개(1~3) 등급으로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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