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국의 환율 압력에 굴복했던 1985년 플라자합의 당시가 그랬다. 모두가 일본은 이제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압도적인 구매력을 바탕으로 일본의 내수는 기하급수로 성장했다. 닛케이225지수도 3배나 올랐다. 물론 1989년 버블이 붕괴되며 화려했던 시절은 막을 내리지만 중국은 이러한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리스크를 적절히 통제하며 내수 중심 경제로 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중국 주식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과 무역분쟁으로 연초 대비 10% 상당 하락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제시한 '2020년 샤오캉 사회 건설'과 연관이 있는 기업들은 사상 최고 주가를 경신하고 있다. 음식료와 백주 생산기업, 대기오염·수질오염 개선과 관련된 환경기업, 영어와 전문기술 교육기관,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 연구개발(R&D) 투자가 많은 제약·바이오기업은 올해 주가가 30~100% 가까이 오른 사례가 허다하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일 것이다. 중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원 속에 반도체와 2차전지 등 핵심 부품 자급률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수가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서 중국 소비자들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로컬기업의 입지가 확장되는 것이 출장에서도 확연하게 보였다. 그러나 일부 기회 요인이 남아 있는 업종도 보였다. 첫째, 소비재 1등 기업들이다. 향후 2~3년간 중국 내수시장은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경험할 것이다. 특히 바링허우(1980년대생), 주링허우(1990년대생)가 주력 소비계층으로 대두되면서 소비의 질적인 업그레이드가 시작되고 있다. 콘텐츠, 원료의약품(API), 프리미엄 여행상품, 음식료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한국 회사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둘째, 중국의 설비 투자 사이클에 올라탈 수 있는 한국 기업들이다. 이번 출장에서 만난 중국 기업 대다수는 중국산 부품의 품질이 많이 향상된 데다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제품은 최고급 스펙의 부품이 필요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반도체 역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범용 제품 양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