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은 누구…과거 발언으로 보니
'금융개혁'을 이끌 적임자를 찾던 정부의 선택은 결국 진보성향 학자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내정자(70) 임명안에 결재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김기식 전 금감원장 후임으로 서울대 경영대 교수 출신인 윤 내정자를 임명 제청했다. 금융위는 "윤석현 금감원장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해 금융 감독 분야의 혁신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제청 이유를 설명했다.
윤 원장은 4일 오후 늦게 서울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서 금감원 임원들과 상견례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마주친 기자들의 간단한 질문에 답변하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 금감원의 여러 이슈가 삼성그룹 관련 내용으로 집중되는 것에 대해선 "금융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금감원이 당연히 봐야 하는 게 맞는다"며 "아직 제가 그 부분에 공부가 부족하니 공부를 잘 해서 감독을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개혁색채가 강한 금융경제학자로 현 정부가 추구하는 금융개혁의 방향에 이해가 깊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재벌과 관련된 금융정책에 관해선 현 정부와 코드를 같이한다. 윤 원장은 "정부가 그간 자본시장을 육성하려 노력했지만 잘 안 되는 이유는 재벌과 관련이 있다"며 "굵직한 금융회사들은 다 재벌이 갖고 있는데 재벌은 먼저 나서지는 않고 문제가 생긴 뒤 필요하면 도와준다. 그래서 그 시장이 발전을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장을 맡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및 소득세 부과를 권고하고, 케이뱅크가 자체적인 자본확충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 것 등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 문제를 짚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윤 원장의 발언을 되짚어 보면 고객이 맡긴 돈을 운용하는 금융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매입해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활용되는 것은 문제일 뿐만 아니라 금산분리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셀프 연임'을 비롯해 일부 금융지주사의 불투명한 이사회 운영도 개혁 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촉구할 가능성도 있다. 윤 원장은 최근 "직원의 목소리를 이사회에 반영하는 건 종업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견제 역할로 인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부분도 기대할 수 있다"고 긍정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초대형 투자은행(IB) 자본규제 완화 등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다. 그는 "은행업은 다른 사람의 예금을, 서민들의 것을 가져다가 대출하는 권한을 주는 것이어서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며 "핀테크를 은행에 접목시킨 인터넷뱅크(은산분리 완화), 초대형 IB 규제 완화 등도 일반 서민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금융위와의 관계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는 과거 간담회 등을 통해 "현행 금융위는 자동차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묶어 놓은 양상"이라며 "금융산업 정책과 감독 정책이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업무를 분리할 수 있으면 분리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이 감독 정책을 단순히 이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입안하는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뜻이다.
'관치금융'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심사다. 윤 원장은 평소 "관치로 인해 우리나라 금융 수준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조롱을 받는다"고 주장할 정도로 관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윤 원장은 금감원 내부조직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은산분리 완화, 키코 사태 등 이슈를 다룰 때 보여준 집념과 카리스마라면 금감원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윤 원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샌타클래라대 경영대학원(MBA)에서 석사 학위를,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림대 경영대학장과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를 역임했고 한국금융학회 회장과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거쳤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