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장중 33만1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주가는 3월 2일 장중 27만65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SK 주가는 3월 중순 당시 30만원 선을 회복했다가 다시 29만원 초·중반대에서 정체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오히려 SK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SK E&S와 SK실트론 등 주요 자회사의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한 가운데 점차 바이오 부문 성과까지 나타나면서 SK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재평가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SK의 순자산가치에서 SK E&S(이하 영업가치·6조1688억원) SK바이오팜·SK바이오텍(4조5040억원) SK실트론(2조3827억원) 등 주요 비상장 자회사들의 합산 영업가치는 13조555억원으로,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주요 상장 자회사의 합산 가치(12조6764억원)보다도 많다.
즉 SK의 순자산가치에서 비상장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2%로, 상장 자회사 합산 가치(31%)를 넘어서는 셈이다. 이 밖에 기타 투자자산이 22%를 차지하며 그 뒤를 이어 자체 사업 8%, 유·무형 자산 7% 등인 것으로 추정됐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 E&S, SK실트론, SK바이오텍·SK바이오팜으로 이어지는 신성장 포트폴리오가 지주사인 SK에 중장기 실적 모멘텀으로 기여하고 있다"며 "이들 비상장 자회사 4곳의 합산 순자산가치를 재평가해보면, 약 5조3000억원이 증가하는 등 SK에 대한 영업이익 기여도가 2016년 2%에서 2023년에는 19%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SK E&S는 현재 도시가스사업과 민자발전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신규 발전소를 가동함에 따라 향후 실적 개선 흐름이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NH투자증권 추정에 따르면 SK E&S의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3557억원에서 올해 5263억원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 5조5352억원에서 올해 6조1192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SK E&S는 70% 이상 높은 배당성향을 바탕으로 SK의 주요 배당수입원이 되고 있다.
SK E&S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말 배당 기준 연평균 배당수입 2641억원을 SK에 안겨준 바 있다. 향후에도 실적 개선을 통해 SK의 현금흐름 창출에 연간 3000억원 이상을 기여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밖에 SK실트론 역시 웨이퍼 가격이 오르고 설비까지 확대함에 따라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2020년에는 SK바이오팜의 신약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SK바이오텍도 세종공장을 증설하면서 생산대행사(CMO)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만약 국내 공장 가동률이 원활히 상승한다면 2020년 기준 매출 규모는 지금보다 2.5배 증가한 264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SK 역시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6조3562억원으로 지난해(5조8610억원)보다 8.4%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98조5113억원)과 지배주주귀속순이익(2조2021억원) 역시 각각 5.6%, 31.3%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내년에는 매출액(100조2708억원)과 영업이익(6조9732억원) 모두 올해보다 성장할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SK텔레콤의 물적 분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지주사인 SK의 가치도 재평가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SK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96배에 불과하다. 이날 NH투자증권이 SK의 목표주가를 종전 40만원에서 44만원으로 올리는 등 최근 증권사 3곳이 SK의
현재 증권사들은 SK의 목표주가를 평균 40만5750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 투자로 접근하되, 신규 모멘텀이 발생할 때는 큰 폭으로 주가가 오른 후 조정기를 거치는 계단식 주가 흐름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단기 대응과 추가 매수 시점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