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4월 09일(14:5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1조원대 전장부품 인수에 나섰던 LG가 좀처럼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LG 측이 명확한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어 난항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다보니 협상가격에서 LG와 ZKW 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시각 뿐만 아니라 대형 M&A 경험이 부족해 LG 경영진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의 오스트리아 전장부품사(조명업체) ZKW 인수 계약이 올해 상반기에도 마무리 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조원 중반대에서 인수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ZKW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LG가 인수를 위해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IB업계 관계자는 "협상이 지연되고 있어 이번 달에 마무리 짓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5월 이후에 최종 결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ZKW는 전장사업에서 광범위한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사업을 신사업분야로 정하고 투자를 해오고 있는 LG그룹 입장에선 매력적인 매물일 수 밖에 없다. ZKW 인수금액은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 전후로 형성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M&A는 LG그룹 내에서도 다뤄본 적이 없는 딜이다. 2016년에 동부팜한농을 인수하면서 4245억원을 쓰고, 2010년엔 4666억원에 더페이스샵을 인수한 적은 있지만 1조원이 넘는 딜은 전무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 동안 해본 적이 없는 딜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것 같다"며 "규모는 커도 LG그룹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너무 신중하게 접근한 나머지 인수가격에 있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초 오스트리아 현지 언론사는 "LG의 ZKW 인수건이 무산됐다"면서 그 이유로 가격차이를 지적한 적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11월 ZKW 오너인 울리히 모머트에 12억유로(1억5923억원)를 제시했지만, 이후 ZKW 인수가격을 9억유로(1조1931억원)으로 낮춰 협상이 깨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딜 관계자는 당시 "인수가 무산된 것은 아니고 여전히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LG전자는 올해 1분기에 깜짝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1조1078억원으로 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낸 것이다. 1조원 이상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ZKW 인수가 마무리되면 자동차 전장사업은 LG전자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가전과 TV사업이 성장하고 있어 적어도 분기 1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