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사 주총시즌 돌입 ◆
다음주부터 진행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도 험난한 항로가 예상된다. 기존에 관행처럼 이어져오던 사외이사·상근감사 등에 '자기 사람 앉히기'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에게 의결권을 자문하고 있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공식적으로 주총 의견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9일 2018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본 결과 포스코ICT, 현대글로비스, KT&G, 아모레퍼시픽 등 4개사가 제출한 사외이사·상근감사 후보자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사회로부터 독립성을 해칠 수 있고 주주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오는 12일 주주총회가 예정된 코스닥 기업 포스코ICT의 경우 상임감사로 김주현 현 포스메이트 상임감사를 추천한 상태다. 포스메이트는 포스코가 지분 57.3%를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 계열의 시설관리업체로 비상장사다. 김 후보자는 2016년 포스코P&S에 흡수합병된 포스코AST의 경영지원본부장(사내이사) 등을 역임하고 포스메이트의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그만큼 포스코 내부의 경영 사정에 대해 잘 아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다른 회사의 상임감사를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실한 임무 수행이 어렵고 2016년 다른 계열사에 근무했다는 점에서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다"며 김 후보자의 상근감사 추천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감사를 비롯한 사외이사를 뽑을 때는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계열사, 총수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영리법인 등에서 최근 5년 이내에 상근임직원 또는 비상임이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면 사외이사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외이사 본연의 임무가 경영진에 대한 조언과 함께 적절한 수준의 견제 의무인데 최근 계열사 상근임원이 다른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된다면 향후 이사회로부터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아모레퍼시픽도 비슷한 사례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아모레퍼시픽이 오는 16일 주총에 앞서 사외이사로 추천한 김진영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연세대 의과대 특임교수)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사외이사의 독립성 훼손이 염려된다는 이유였다. 김 교수는 연세대 특임교수로 있으면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아모레퍼시픽에 자문용역을 했다. 이 과정에서 자문용역 금액 명목으로 매월 약 500만원을 받아왔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김 후보자가 최근 3년간 회사 측과 이해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이 필요한 사외이사 후보자로서 결격사유"라고 판단했다.
이외에 현대글로비스가 사외이사로 추천한 이동훈 후보에 대해서도 사외이사로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동훈 후보자는 이미 2012년부터 현대글로비스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상태로 과거 재선임 경력까지 포함하면 현대글로비스 사외이사만 9년째다.
이 후보자는 또 2012~2014년 (주)STX의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주주 가치를 훼손시킨 경력이 있다는 점도 사외이사 결격사유로 꼽혔다. 당시 STX그룹의 지주사였던 (주)STX는 부실 경영으로 인해 2014년 3월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3년 만에 법정관리까지 가는 등 주주들이 막심한 손해를 입었는데 사외이사로서 충실한 임무를 수행했는지가 의심스럽다는 의견이다. 특히 당시 이 후보자가 출석한 총 83건의 이사회에서 모든 안건에 100% 찬성 의견을 표시했다는 점도 경영진의 리스크 있는 의사결정에 대해 사외이사로서 견제 기능을 못한 것이라는 게 대신지배구조연구소의 의견이다.
이 연구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