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경 증권대상 20주년 좌담 ◆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 장세를 계기로 그동안 돈의 힘으로 올랐던 주가가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며 본격적인 펀더멘털 장세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새 정부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하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도 검증되지 않은 기술벤처에 대한 무차별 지원보다는 철저한 검증을 거친, 그야말로 될성부른 나무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매일경제가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매경 증권대상'을 기념해 한국 자본시장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전문가들 지혜를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권용원 신임 한국금융투자협회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 등 전문가 4인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과 각종 인센티브 지원으로 투기성 단기 투자에서 벗어나 장기 투자 문화를 만들자"며 "기업도 배당성향을 높이는 등 투자 매력을 늘려 코리아디스카운트 극복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초대형 투자은행(IB)은 모험 자본 확충과 중소기업 투자 확대라는 원취지를 살리기 위해 한시바삐 신용공여한도 확대를 통해 이들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권용원 회장=세계경제의 풍부한 유동성, 주요국 증시의 동반 상승, 기업 실적 호전 등을 감안하면 우리 증시의 활황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증시가 경제의 거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새롭게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는 성장동력, 미래 성장 산업이 나와야 증시도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 유상호 사장=아쉬운 것은 강세장에서는 외국인이 사고, 국내 기관과 개인은 파는 형태가 어김없이 반복되는 점이다. 지난해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6조100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9조3000억원을, 기관은 2조4000억원을 매도했다. 상승의 과실을 외국인만이 누린 상황이 반복됐다. 이는 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탓이다. 장기 투자 문화 정착을 위해 정부와 거래소, 증권사 등 유관기관이 협력해야 한다. 부동산과 같이 주식도 장기 보유했을 때 세금을 감면해주고 기업 배당성향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퇴직연금의 주식 투자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
―코스닥시장 활성화도 주요 과제다.
▶ 임종룡 전 위원장=2000년 정보기술(IT) 벤처 붐 이후 장기간 약세를 기록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KRX300지수 등 새로운 지수뿐 아니라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도울 수 있는 섹터와 중소형 지수 산출이 필요하다.
▶ 권 회장=코스닥에 코스피와는 다른 혁신과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진입·운영·감시·퇴출 등 시장제도 전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코스닥은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공정성과 건전성 제고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 구성훈 대표=코스닥은 낮은 수익성, 우량 기업의 코스피 이전, 기관과 외국인의 낮은 투자 비중이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기 투자자에 대한 배당소득세 한시적 감면, 글로벌 기준에 맞는 업종지수 개발 등도 고려해야 한다.
▶ 유 사장=단발성 정책에 그치지 않고 장기 투자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코스닥 펀드 소득공제 혜택, 연기금의 코스닥 차익거래 증권거래세 면제, 기금운용평가 항목 개선 등은 중기적으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방안은.
▶ 구 대표=지난달을 기준으로 한국 증시의 수익대비가격비율(PE)이 8.8배로 글로벌 16.6배 대비 절반에 그치고 있다. MSCI 회원국과 비교할 때 배당수익률은 MSCI 평균이 2%인 데 반해 한국은 1.5% 수준이다. 기업의 재무 정책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더해지면 주가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 유 사장=결국 첫째가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이고, 둘째는 주주환원과 지배구조다. 다행히 첫 번째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등으로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주주환원과 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의 만족도가 여전히 낮다는 사실이다.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를 꼽아본다면.
▶ 유 사장=초대형 IB 신용공여한도 상향 조정이 시급하다. 실제로 은행에서 자금을 수혈받지 못해 증권사로 오는 기업이 많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초대형 IB에 한해 한도를 자기자본 100%에서 200%로 상향하는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규제도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특히 규제는 코치 역할에서 심판 역할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 구 대표=먼저 운용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금융당국의 혁신으로 상당 부분 규제의 애로사항이 해소됐다. 다만 운용보수 하락으로 규모를 키워 효율성을 높이는 대형사와 니치마켓만 살아남는 바벨효과(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자산운용 산업 내 인수·합병(M&A)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 권 회장=경쟁을 통해 시장의 역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 자체가 경쟁적이어야 하는 만큼 거래소를 시장별로 경쟁시키고자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기관 의결권 행사 확대는 어떻게 보나.
▶ 임 전 위원장=책임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공적 연기금의 투자 전략으로 적합하다. 책임투자 위탁 규모를 확대해 국민연금의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도모하도록 하는 흐름은 강화될 것이다.
▶ 유 사장=공적자금의 주주권 행사는 정부의 경영권 개입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런 우려를 예방하기 위해 일본 공적연금이 의결권을 위탁운용사가 대행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초대형 IB가 계속 발전하려면.
▶ 권 회장=모험 기업 투자는 전통적인 은행 대출 방식이나 벤처캐피털로는 한계가 있다. 자본력을 갖춘 초대형 IB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규제를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최대화하는 정책적 시도가 필요하다.
▶ 유 사장=혁신 기업에 적극적인 모험 자본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단기 금융업 인가가 미뤄지는 등 초대형 IB 육성 계획이 지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초대형 IB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때 제2의 '배달의민족' '쿠팡' 등 혁신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
▶ 구 대표=민간 투자자금이 본격적으로 중소벤처시장에 공급되면 시장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며 운용 업계도
▶ 임 전 위원장=육성 정책에 맞게 이행하면 증권업 선진화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중소형사 사업 환경까지 침범하는 수준의 사업은 증권업 자체의 위축과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