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진 미국발 증시 급락과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로 원·엔 재정환율이 1000원대를 뛰어넘었다. 6일 서울 외환시장 원·엔 재정환율에 따르면 100엔당 원화값은 이날 오전 한때 1011.71원까지 크게 떨어졌다. 전날 마감시점의 100엔당 원화값이 989.59원이었던 것보다 22.12원이나 하락한 수치다. 100엔당 원화값은 지난해 10월 10일 1016.8원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도 전날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가 장중 1100원에 근접했다. 오전 한때 1098.6원을 찍어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지난달 25일 종가 1058.6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열흘 만에 약 40원이 빠진 셈이다. 다만 달러화와 엔화의 불붙은 강세는 오후 들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과열 심리가 진정되고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져 환율 급등세가 다소 누그러졌다. 100엔당 원화값은 1002.6원, 달러당 원화값은 1091.5원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날 엔화와 달러화 강세는 미국 뉴욕 증시가 폭락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엔 등의 가치가 높아진 반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 등 신흥국 화폐 가치는 떨어진 것이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의 기대보다 호조세를 보이면서 전날부터 이런 흐름을 촉발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는 등 미국 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6일엔 특히 엔화 강세가 두드러졌다. 원·엔 재정환율은 올해 초를 기점으로 꾸준히 상승해 원화 대비 엔화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엔화값 급등에 대해 "뉴욕 증시 폭락 이후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분을 매도하고 일본으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엔화 가치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엔화 강세'라는 큰 흐름 속에서 중요한 요인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당초 올해 상반기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지만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원화 강세 전망의 배경에는 연말연시 증시 랠리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는데, 지
난 주말부터 나타난 변동성 때문에 전망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6일 달러당 원화값 변동폭을 볼 때 1100원대 진입은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날 오후 1100원대로 내려가지 못하고 수출업체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며 "시장에서도 1100원대 환율은 아직 이르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