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이번 인수가 확정되면 호반건설의 신용도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호반건설에 'A-' 신용등급과 '긍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했다.
대우건설 인수대금 부담이 재무건전성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혔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분양이 이어져 현금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은 재무 상태가 탄탄한 호반건설에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자금 조달 형태에 따라 정도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재무 여력 약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적 변동성이 커지는 점도 문제다. 호반건설은 주택 건설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대우건설도 주택 건설 비중이 높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우건설 매출에서 국내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는다. 해외토건과 플랜트 등 사업에서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수를 통해 사업 다각화에 따른 실적 보완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게 한국신용평가의 분석이다. 주택경기 변화에 따라 실적이 출렁거릴 위험성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앞서 발표한 올해 건설업 전망에서 부동산 규제 강화와 입주 물량 증가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류종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대우건설 인수로 시너지 효과가 나려면 '1+1'이 적어도 2는 돼야 한다. 주택경기와 브랜드 인지도 변화를 주의 깊게 살필 계획"이라며 "본계약 체결 시점에 신용도를 검토할 예정인데 그 전에도 인수 자금 조달 방법과 분양 실적에 따라 등급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높은 현금성 자산 비율과 매출·영업이익 등의 실적 호조를 고려했을 때 대우건설 인수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인수대금 부담으로 재무 여력이 소진될 것이라는 한국신용평가의 우려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실제 호반건설은 현금성 자산이 풍부해 지난달 진행된 본입찰에서 금융회사의 차입보증서 없이 계열법인의 자금 증빙만으로 1조5000억원을 제출했다. 자체적으로 인수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현금 부자'라는 얘기다. 현금성 자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말에는 현금이 2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호반건설 측은 전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에 지원하고 있는 5000억원 규모의 크레디트라인(여신한도)을 유지하기로 한 점도 긍정적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건설에 인수된 후에도 현재의 여신한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해당 영업이익으로 차입금(지난해 말 기준 1조7000억원)을 지불하면 대우건설의 재무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 이후 양사의 재무적 부담으로 인한 신용등급 하향은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공공이 관리하는 기업에서 민간이 관리하는 기업으로 변경되면 주식 투자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판단"이라며 "인수를 위해 호반건설이 다소의 차입을 일으키더라도 현 재무 상태에서는 부담이 작다"고 분석했다.
호반건설은 KB국민·NH농협·우리·신한·KEB하나은행 등 5곳의 은행을 통해 인수금융을 조달하기로 했다.
호반건설 고위 관계자는 "제1금융권이 인수금융을 조달해주기로 한 것은 이번 M&A 이후 호반건설과 대우건설 신용을 안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전체 잉여현금을 최소한으로 지출하기 위해 인수금융을 활용하는 것이고, 하반기에 가까워질수록 호반건설의 잉여현금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에 자금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산업은행의 풋옵션 지분 10.75%에 대한 매입보증은 미래에셋대우가 제공하기로 했다.
대우건설과의 시너지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대우건설의 뛰어난 기술력과 호반건설의 신속한 의사결정력이 합쳐지면 글로벌 대형 건설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리더의 부재로 미래 비전이 불투명했던 대우건설이 강력한 추진력의 오너십을 갖춘 호반건설과 손잡으면 시너지 효과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해외 사업 노하우가 없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쉽지 않
회사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해외 플랜트 사업 부문에 대해 인력은 많이 확보해놨지만 산업은행이 관리하다 보니 적시에 투자를 못하고 있었다"며 "호반건설은 정체된 대우건설의 수주를 활성화하고, 필요하다면 자금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진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